기내 바닥에 승무원 유니폼을? 도전에 ‘진심’인 이 항공사 사연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오랜 기간 주춤해온 항공업계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우리가 해외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을 기다렸던 만큼, 항공업계도 손님을 손꼽아 기다렸을 터. 이들에게 코로나19 시대는 어려움 속에서도 재정비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못 만나본 사이 더욱 단단해졌을 항공업계의 변화가 궁금했다. 항공업계에 30여 년 몸담은 ‘베테랑’ 이문정 에어프랑스·KLM그룹 한국지사장을 만났다.

이문정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 지사장은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 사회 첫 발을 내딛어 18년 넘게 근무했다. 그는 이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과 에어아시아 엑스에서 다양한 업무를 했다. 2016년부터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을 맡고 있다. “직장생활도 하나의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에게 항공, 관광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에어프랑스·KLM은 어떤 항공사인가요.

두 항공사 모두 역사가 굉장히 길어요. KLM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긴 항공사로 1919년 설립됐습니다. 지난 2019년에 10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어요. 에어프랑스는 1933년 설립됐어요. 한국에 취항한지는 에어프랑스가 39년, KLM이 38년으로 됐습니다. 에어프랑스와 KLM은 지난 2004년 합병했습니다. 요즘은 합병 사례가 많지만 저희가 그 시작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에어프랑스·KLM그룹을 ‘묵묵히 곁에 있었던 친구’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저희는 IMF와 코로나 상황에서도 한번도 단항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항상 한국 승객 곁을 지킨 항공사로 기억되고 싶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KLM 네덜란드 항공 기내 서비스. 사진= KLM 제공

코로나 시대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현재 어느 정도 회복됐나요.

점차 일상을 찾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완전히 회복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 에어프랑스 1편, KLM 1편 총 주 14회 운항했는데 현재는 주 7회(에어프랑스 3회, KLM 4회)로 절반 수준입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태라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연료 소모도 많아 조금 힘든 상태입니다. 데이터를 통해 지역 별 회복 속도를 살펴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타 지역보다 조금 뒤처집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에서도 한국은 회복 탄력성이 엄청난 편이에요. 지금 많이 개선됐습니다. 계속 이대로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 좌석 상황은 어떤가요?

두 항공사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에어프랑스의 로드 팩터(좌석 이용률)는 5월 기준으로 80% 이상, 6월부터는 9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KLM은 이미 90%가 넘었는데요,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이 있습니다. 비행기가 암스테르담에서 일본으로 바로 갈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암스테르담-인천-일본으로 인천을 경유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KLM 로드 팩터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코로나로 여러 일들을 겪었을 텐데요.

코로나 초기에 입국 제한 등으로 유럽에서 귀국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는 코로나 상황에도 단항을 하지 않았잖아요. ‘덕분에 무사히 한국에 와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씀해주신 고객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또 KLM의 경우 암스테르담 공항에 한국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는데요. 지상직 승무원 한 분이 한국 승객들을 우수하게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외교부 표창을 수상했어요. 고객 한 분 한 분의 코멘트가 쌓인 뜻깊은 선물에 저희 모두가 감동했습니다.

에어프랑스 기내 서비스. /사진= 에어프랑스 제공

고객들이 잘 모르는 에어프랑스·KLM 이용 꿀팁이 있을까요.

아직 나라마다 PCR 테스트 의무 여부가 달라 일일이 찾아보기 번거롭잖아요. 저희는 승객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트래블독(Traveldoc)’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출발지 목적지를 기입하면 필요한 사항을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습니다. 또 레디 투 플라이(Ready to Fly)제도를 통해 집에서 미리 PCR 증명서, 백신접종증명서와 같은 서류를 등록하면 공항에서의 복잡함을 덜 수 있어요.

요즘 유럽으로 유학 많이 가시잖아요. 학생 요금을 선택하면 수하물 2개(개당 23kg)가 무료입니다. 최저가 검색해서 찾은 항공편을 이용하면서 수하물 두 개 부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죠. 최근 가족 여행객에게 특화된 플라잉블루 패밀리 서비스도 출시했어요. ‘패밀리 리더’로 지정된 가족 대표에게 자신의 마일리지를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고 리더는 본인 포함 가족 회원들의 보너스 항공권, 좌석 업그레이드 등에 사용할 수 있어요. 가족 단위 혜택을 제공하는 외항사는 드뭅니다.

이문정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타 항공업계에 비해 여성 고위 관리직 비율이 높은 편이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5년까지 항공업계 여성 고위직 비율을 25%까지 늘리는 것을 골자로 ‘25 By 2025’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전세계 항공업계 내 여성 고위직 비율이 20%가 안 돼요. 다른 업계에 비해서 극히 낮은 수치입니다.

현재 에어프랑스 CEO는 여성이고, KLM 역시 오는 7월부로 새로운 여성 CEO를 선임했습니다. 한국 지사도 매니저급이 대부분 여성입니다. 그 이유로 ‘톨레랑스’ 문화를 꼽고 싶어요. 다름을 용인해 주고 많이 소통하는 문화가 배어 있어요. 또 한국 여성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시기는 주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때죠. 그런데 회사에서 행복과 긍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볼 것 같거든요.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주는 게 회사의 중요한 역할이고, 에어프랑스·KLM은 그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휴가 제도도 굉장히 잘 돼 있고, 코로나가 끝나도 재택 제도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좌) KLM항공 ‘책임감 있는 여행’ (우) 에어프랑스 액트(ACT)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여행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왜 갑자기 최근 들어 대두됐을까요. 저는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베니스 앞바다에 돌고래가 돌아왔다든지, 에베레스트산 꼭대기가 보이게 됐다든지. ‘그래, 여기 원래 이랬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구가 병들기 전 모습을 인지하게 된 거죠. 지구를 다치게 한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함께 노력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에어프랑스·KLM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지난 2019년 항공업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2%에요. 생각보다 적잖아요? 하지만 당시 승객이 38억 명이었는데, 2050년에는 승객 수가 160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이대로 가면 배출량이 22%가 됩니다. 어마어마하죠. 또 전기차, 수소차 등 다른 교통수단들이 탈탄소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탈탄소화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항공업계의 책임감은 더 커집니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은 기종입니다. 새 차를 사면 연비가 좋듯 기종도 새 것일수록 연비가 좋죠. 신기종을 사용하면 기름을 덜 쓰니까 탄소 배출도 낮아지고, 소음도 개선됩니다.

사실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왔으며 ‘진심’이었어요. 에어버스 A380, A340과 같은 엔진 4개의 기종은 퇴역시켰고요, KLM은 유럽 노선에 투입되고 있는 보잉 737 기종을 개조하고 있습니다. 경량 소재로 바꿔 비행기 한 대당 무게를 700kg씩 줄이고 있어요. 더 나아가서 KLM은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대와 차세대 항공기 ‘Flying V’를 연구하는 중입니다.

최근 들어 엔진을 세척해서 연비 효율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저희는 한발 더 나아가 엔진 세척 시 이동 장치를 엔진 밑에 둡니다. 세척 후 아래로 떨어진 물을 다시 가져와 재활용하기 위함이죠.

(좌) 에어프랑스 에어버스 A220 항공기 (우) 에어프랑스 에어버스 A350 항공기/ 사진= 에어프랑스 제공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SAF)가 큰 화두입니다.

수소, 전기 항공기는 아직 먼 이야깁니다. 그래서 항공기가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SAF를 사용하는 것인데요. KLM은 많은 사람들이 SAF에 대해 알지 못했던 2011년에 세계 최초로 SAF를 사용한 상용 비행을 시작했어요. 현재 연료 생산기업 스카이엔알지(SkyNRG)와 협력해 유럽에서 가장 큰 SAF 생산 공장을 네덜란드에 설립하고 있습니다. EU에서 다같이 SAF를 사용하자는 규정을 만들었는데요. 현재 네덜란드 출발 KLM 항공편에는 SAF를 0.5% 혼합하고, 프랑스 출발 에어프랑스 항공편에는 SAF를 1% 혼합 중입니다.

SAF의 높은 비용을 항공사들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벅찹니다. 이에, 기업 및 여행사 파트너를 대상으로 출장 여행 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보상할 수 있는 기업 SAF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 승객들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보상할 수 있는 SAF 기여금 제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KLM항공 승무원 유니폼을 업사이클해 만든 기내 카펫. /사진= KLM 제공

타 항공사와 차별화되는 기내 서비스도 소개해 주세요.

KLM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초콜릿은 어디서 온 걸까요? 승객들이 낸 탄소 배출 기여금은 파나마에 있는 숲으로 갑니다. 파나마 숲에서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카카오 나무를 심고, 거기에 열린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어서 비즈니스 캐빈에 다시 오는 거예요. 선순환인 셈이죠. 파나마 농부들의 지역 경제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좋은 사이클입니다. 또 비즈니스 클래스 바닥에 파란 점의 유도 사인이 있는데요, 이는 승무원 유니폼을 업사이클링 한 것입니다. 유니폼 업사이클링은 10년 전부터 해왔습니다.

또 KLM 이코노미 클래스 기내 식판에 돌기를 만들었어요. 흔들리는 기내에서 음식 용기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식판 위에 종이를 깔았었는데, 식판 자체에 돌기를 적용함으로써 연간 2천만 장의 종이를 아낄 수 있게 됐습니다. 두 항공사 모두 기내에 잡지와 신문이 없어요. 종이 대신 모바일 앱으로 제공해 개인 전자기기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항공사면서 대체 교통편으로 기차 탑승을 제안하고 있는 점이 의아합니다.

저희는 기차 파트너십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기차나 항공기는 서로 경쟁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기 마련인데요, 저희는 유럽 내 단거리 여행의 경우 승객들에게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대체 교통편으로 기차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에어프랑스의 경우 동일한 예약 번호를 통해 프랑스 보르도,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기차 예약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총 18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어요. KLM은 네덜란드가 작아서 국내선이 없는데요. 현재 벨기에 브뤼셀까지 운항하는 항공편에서 탈리스라는 열차와 기차 파트너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KLM 항공 엠브라에르 190 항공기. /사진= KLM 제공

최근 재밌는 챌린지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스카이팀이 진행한 지속가능한 항공편 챌린지(Sustainable Flight Challenge)에 참여했어요. 이 챌린지는 KLM 직원들의 제안으로 시작했는데요. 신형 기종, SAF, 채식 기내식 등 탄소 배출을 최소화해 운항해보고 어떤 방안이 좋았는지 논의하는 장을 열어보고자 마련했습니다. 에어프랑스는 지난 3일 파리-몬트리올행과 4일 파리-리스본행을 챌린지 참여 항공편으로 운항했습니다. 친환경적인 신형 항공기 에어버스 A350과 에어버스 A220을 투입했고요. SAF 혼합 비중은 몬트리올행 16%, 리스본행 30%로 높였습니다. 이와 함께 리스본행 항공편 모든 승객에게는 육류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채식 요리만을 제공했어요. 몬트리올행의 경우 비행 전 승객들에게 채식, 지속가능어업 국제표준(MSC) 인증 생선, 프랑스산 고기 요리 중 선택할 수 있게 했고요. 메뉴를 선택하지 않은 승객에게는 채식 요리를 마련했습니다.

KLM 또한 지난 7일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에드먼턴행과 포르투행을 챌린지 참여 항공편으로 운항했습니다. 연료 효율성이 높은 보잉 787-10과 엠브라에르 190 기종을 투입하고 두 항공편 모두 SAF를 39% 혼합했어요. 이외에도 모든 특별 항공편 운항 시 지상 조업 직원들이 탑승하는 차량은 모두 전기차로 운영했습니다.

항공업계 종사자로서 여행지 추천을 부탁합니다.

매년 3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 열리는 암스테르담 튤립 축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두 달을 위해 10개월을 준비하는 축제인데요. 끝없이 펼쳐진 튤립은 바다를 연상케 할 정도로 장관입니다. 사진을 수백 장 찍어도 그 모습을 담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워요. 현재 암스테르담은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습니다.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라 당장 떠나기 좋은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어요.

이문정 에어프랑스·KLM 한국지사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이문정 지사장에게 여행이란.

쉼표. 숨을 쉬지 않고는 노래도 부르지 못하고 수영장도 못 가로지르듯 사람은 반드시 중간에 한 번 끊고 가야 합니다. 그래서 쉼표를 찍는 거고요. 쉼표 찍는 동안 폐에 산소 충전도 하고 방전될 것 같았던 에너지 배터리도 충전하죠. 쉼표는 나 혼자 찍을 수도 있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같이 찍을 수도 있어요. 에어프랑스·KLM은 여러분의 무수한 쉼표를 기다립니다. 같이 많이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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