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새빨간 비밀-A-girl의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아시아계 감독이 아시아 사춘기 소녀의 빨간 맛 성장통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

동서양을 불문하고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이라는 사회를 경험하고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반항심으로 가득 차 있거나 정서적인 혼란이 생기는 등 사춘기의 여러 증상에 대해 당장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그 시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대부분의 성인이 공감할 정도로 불안정한 시기의 대명사인 사춘기의 악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이렇듯 사춘기에 관해 전 세계의 적지 않은 인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만큼 사춘기 시기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겪는 문제와 성장통을 다루는 이야기는 많이 영화화되었습니다. 또한 청소년, 특히 여성의 사춘기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특이한 점으로 픽사의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서 아시아인으로 대표되는, 동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서양이 아닌 동양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탄생했습니다.

부모의 전폭적인 보살핌과 사랑, 자녀는 그에 대한 도리로서 효(孝)를 지켜야 한다는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는 동양의 근본과도 같은 사상입니다. 그렇기에 아시아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는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이는 부모가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둘 사이의 친밀도가 높은 등의 장점도 있지만 부모의 자녀에 대한 과도한 간섭 혹은 제약과 같이 구속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일 경우 둘 사이의 갈등이 더 심화되곤 합니다. 은 이러한 아시아 어머니와 사춘기 소녀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도미 시 감독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쓴 만큼 둘 사이의 관계는 글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소녀의 숨 막히는 듯한 감정을 세밀하게 담아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관계를 많이 경험해 보았던 우리나라 관객들이 특히 영화 속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메이에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 영화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춘기 소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현실적이지만 사랑스럽게 그려냈습니다. 비단 사춘기 소녀뿐만 아니라 어머니 또한 어머니이기 이전에 소녀였으며, 그녀의 두려움과 부족함을 다루었다는 점도 호평할 만한 요소입니다. 이는 메이가 사춘기 시절의 어린 밍을 위로하고 끌어안는 클라이맥스 씬을 통해서 관객들의 감정과 공감을 이끌어내었던 연출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 초반부에서 밍의 캐릭터성을 보여줄 때 아이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게 간섭하며, 심지어 학교에서 스토킹까지 하는 등 극성인 아시아계 어머니로서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담고 있어 괜히 거북한 감정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또한 3세대에 걸친 모녀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급작스럽고 애매하게 진행되며, 해소 이후의 상황을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답니다’ 식의 좋게좋게 마무리하려는 모습은 많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아시아 가족의 특수성과 사춘기 소녀가 만났을 때,

그리고 어머니란 이름의 또 다른 소녀와 아쉬운 갈등 해소 과정

존경심 가득한 문화에 대한 헌사, 오마주와 연출로 담아내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보기 힘든 연출 하나가 유독 에서 자주 등장하였습니다. 장르의 특성상 과장된 표현은 모든 애니메이션에 담겨 있지만 이 영화는 앞선 두 회사의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부분에 과장된 표현을 담았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2D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초롱초롱한 눈 혹은 중국 당면을 뽑아내는 듯한 눈물 묘사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전의 픽사의 작품들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연출이기에 해당 연출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픽사의 작품이 맞나?’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후술할 내용과 관련하여, 이 당혹스러운 연출을 아무런 의도 없이 사용하지는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액션하고는 1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주제의 영화이지만, 놀랍게도 독특하거나 스펙터클한 액션이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메이가 인간의 모습과 판다의 모습을 바꿔가며 건물을 뛰어넘는 씬과 밍의 거대한 판다가 돔의 좁은 틈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돔을 초토화시키는 씬은 이 영화가 가진 액션의 대표로 언급할 수 있습니다. 이때 메이가 모습을 변경해 가며 이동하는 씬은 마법소녀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동 방식이며, 밍의 거대 판다와 관련된 액션은 고지라와 같은 일본 괴수물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연출입니다. 즉, 해당 연출은 유명한 아시아권 문화들을 오마주의 형식으로 영화에 등장시킴으로써 그 문화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과장된 표현도 아시아 문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취지로써 사용한 연출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특히 과장된 표현은 의 통상적인 분위기와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괴하다고 느껴질 여지가 충분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만한 연출입니다.

아시아 문화에 대한 헌사로서 오마주를 영화에 담았으며, 픽사스럽지 않은 느낌을 주는

좋은 의미로, 혹은 나쁜 의미로 픽사스럽지 않다

여러모로 은 지금까지의 픽사의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외적인 측면에서는 앞서 다뤘던 독특한 연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적인 측면으로는 서사가 가지고 있는 과감함이 여타 픽사 영화들과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는 픽사의 장점이자 강점으로 언급되곤 하던 독특하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서사와 주인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로봇이 사랑을 하고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건 독특함이지 과감함이 아닙니다. 남자아이와의 스킨십을 하는 망상을 비밀 노트에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씬 등을 통해, 은 사춘기의 사랑에 관해 노골적이고 솔직한 과감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픽사에는 와 같이 부모와 사춘기 자녀 사이의 갈등을 다룬 비슷한 주제의 영화가 있지만, 민감한 이야기를 직접적이고 과감하게 담아낸 경우는 이 처음입니다. 이렇게 내외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만이 가진 독특함 덕분에, 기존의 픽사 영화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변화를 좋게 평가하는 기존의 관객들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과거 픽사 영화의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좋지 않게 평가할 관객들이 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입장과 더 가깝습니다. 이따금씩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영화로서의 역할은 어울릴지 몰라도, 앞으로 픽사 영화의 분위기가 을 따라간다면 저는 더 이상 픽사 영화를 좋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존 픽사 영화의 독특함과는 다른 과감함.

과연 한 번의 일탈인가, 변화의 초석인가

픽사 영화는 항상 시작하기 전에 짧은 단편 영화를 상영하고 나서 본편이 시작됩니다. 픽사의 유명한 영화 이 상영될 때 역시 본편이 시작하기 전에 단편을 상영하였고, 이때 상영된 영화가 바로 였습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란 주제를 가지고 대사 한 마디 없이 관객들에게 강한 충격을 준 단편으로, 본편보다 이 영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는 평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를 제작한 감독은 바로 의 감독인 도미 시입니다. 어찌 보면 이 영화가 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라고도 보입니다. 그녀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본다면 무난하기는 하지만, 픽사란 타이틀이 붙어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1시간 40분이란 짧은 러닝타임에 담아내기엔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어떤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관객들에게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픽사가 가진 전통을 토대로, 본인의 색채를 어울리게 섞어 또 하나의 새로운 명작을 만들어 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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