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식재료 대란’,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2년 1개월 만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불황 탈출을 꿈꾸던 외식업계가 식재료 가격상승 압박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견디다 못해 메뉴가격을 인상했지만 그래도 남는 게 없다. 문제는 식재료 대란이 끝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심화와 물류대란, 기후변화로 인한 식자재 수급불안,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외식업계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글 취재 1, 2부 사진 월간식당 DB, 이경섭

외식소비자물가 6.6% 급등…24년만에 최고치

지난달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외식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21년 5월 2.4%, 6월 2.5%, 7월 2.7%, 8월 2.9%, 9월 3.0%, 10월 3.2%, 11월 3.8%, 12월 4.5%, 2022년 1월 5.2%, 2월 5.9%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생산자물가 조사는 통계청에서 기업의 생산원가 등을 반영해 매월 지수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 기준 농수산물 도매가격에 따르면 감자(수미)의 올해 4월 평균가격은 6만2754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6% 올랐다. 또 청상추는 4kg에 1만9327원, 깻잎은 2kg에 2만347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냉동 명태의 경우 20kg에 5만5000원으로 지난해 4월 평균가격인 3만4082원보다 61% 상승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고 정부의 손실보상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는데 대출이자와 임대료에 이어 지난해 이후 식재료 가격까지 크게 상승하고 있다”며 “가격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그럼에도 원가급등으로 인한 가격상승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외식소비자물가도 꾸준하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5월 2.4%를 시작으로 6월 2.6%, 7월 2.8%, 8월 3.1%, 9월 3.2%, 10월 3.4%, 11월 4.1%, 12월 4.8%, 올해 1월 5.5%, 2월 6.2%, 3월 6.6%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외식업계 또다른 관계자도 “일각에서 외식 자영업자들의 가격 인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가격을 올렸음에도 마진은 더욱 낮아졌다”며 “우리도 더는 버틸 수가 없어 가격을 인상한 것인데 이것이 자칫 외식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caption id="attachment_996189" align="alignnone" width="1046"] 서울지역 농수산물 도매가격(중도매인 판매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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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식재료 가격까지 고공행진

외식소비자물가 급등을 초래한 원자재 가격 인상이 국내보다는 해외요인으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정부와 외식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상승 요인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도 절망적이다.

국내산 식재료 가격 폭등에 따른 대안으로 수입산 식재료로 눈을 돌리던 외식업 경영주들은 ‘더이상 대안이 없다며’ 한숨만 짓는 실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서울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국제 곡물가와 축산우 가격은 전년 대비 매월 평균 3%대 이상 증가세를 보여왔다. 본지가 지난달 11일 식품산업통계정보의 국제원료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농축산물의 국제 거래가격은 톤(t)당 달러 기준 월평균 3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1kg당 평균 32.5%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이 중 국내 식품·외식업계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대두·밀·원당의 가격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평균 30%대 이상의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밀·옥수수·귀리·카놀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식품·외식업계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떨어뜨렸다.

관세청 밀 수입가격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밀 가격은 톤당 402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 수입단가가 400달러를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406달러) 이후 13년 3개월 만이다. 전월 대비 8.8%, 전년 동월 대비로는 41.4%나 올랐다. 밀 가격 상승은 식품 및 외식물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등 주요 제분업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밀가루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롯데리아, 버거킹 등 제빵·패스트푸드 업계도 일제히 가격인상에 가세했다. 밀 가격 상승 추세는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국내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2일 리서치를 통해 밀 등 곡물의 국제 거래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곡물가는 품목별로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의 등락이 형성되겠지만 밀 등 수급여건이 개선되기 어려운 품목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밀가루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재료 가격이 한번에, 그것도 많이 올랐다. 당연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급격한 최저시급 인상까지 더해져 여느 때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서민음식’ 칼국수가 1만원…?

서울 지역의 칼국수 가격이 처음으로 8000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상운임 상승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곡물시장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밀 선물가격은 톤당 405.55달러로 1년 전(230.75달러)보다 75.8% 올랐다. 지난달 7일에는 475.46달러까지 치솟아 1년 전보다 2배가량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밀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크다.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밀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국제 곡물시장에서 밀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제과점의 타격도 크다. 모든 메뉴에 밀가루가 들어가는 데다 지난해부터 버터, 생크림, 치즈 등 유제품 가격인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과제빵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은 동네빵집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서울 문정동 인근에서 20년 넘게 제과점을 운영하는 C씨는 최근 인기메뉴 몇종을 제외하고 모든 품목의 가격을 약 10%씩 인상했다. C씨는 “가격은 유지하고 제품의 크기를 약간 줄여 원가를 보존하는 방법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결국 언젠가는 가격을 올려야 할 시점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20년 넘게 장사하면서 단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밀가루 원물이 아닌 가공품을 사용하는 외식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면, 칼국수, 쫄면 등 면류 사용량이 많은 면요리전문점이나 분식집 등이 대표적이다. 한 분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거래처에서 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며 “분식집 면요리는 소비자 인식상 한그릇에 7000원 이상 받기가 힘

든 메뉴라 가격인상도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요리 전문점 J대표는 “밀가루는 딱 2배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거래처에서 납품가를 10%만 올리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식재료도 다른 품목처럼 매년 조금씩 가격이 오른다. 하지만 모든 식재료 가격

이 약속한 듯 한번에 오르지는 않기 때문에 체감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라며 “반면 이번에는 밀가루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재료 가격이 한번에, 그것도 많이 올랐다. 당연히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급격한 최저시급 인상까지 더해져 여느 때보다 힘들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식용유 가격 널뛰자 가격인상 나선 치킨업계

수백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C업체는 치킨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본사 마진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C업체는 최근 식용유에 한해 본사 마진율을 1/3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식자재 구매를 담당하고 있는 J실장은 “2020년에는 식용유를 2만원에 구매해 3만원에 납품했다면 지금은 4만원에 구매해 4만3000원에 납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식용유 가격이 2020년 대비 2배가량 오른 상황이어서 지난해부터는 가맹점 출고가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부터 식용유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3달에 1번씩 인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은 쭉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식용유 사재기를 해 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J실장에 따르면 식용유 생산업체 측에서 매번 출하하던 양 외에 추가 주문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산업체 역시 재고 자체가 거의 바닥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에는 행사가 있는 달에는 추가 물량을 주문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매번 평균 수량만 공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 또한 물량을 미리 풀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자재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가만히 있어도 가격이 오를 것이 뻔한데 굳이 지금 물량을 풀어 놓을 이유가 없다”라며 “전쟁 이전 선주문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 놓은 경우라면 모를까, 특히 식용유 같은 품목은 유통기한도 긴 편이라 지금 상황에서는 재고가 있다

해도 풀려고 하는 곳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INTERVIEW

“가격인상? 생각처럼 쉬운 일 아냐”

K대표는 서울 강남권에서 한그릇 음식을 주메뉴로 하는 고급 일식당을 운영 중이다. 이 업장의 대표메뉴 가격은 1인분 2만원 선, 식재료 원가는 50%에 육박한다. 광어, 연어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인건비도 상승했지만 메뉴가격 인상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대표는 “식재료 원가를 따지면 한 그릇 2만원도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 오히려 싼 축에 속한다”며 “하지만 고객은 우리메뉴에 대해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아마도 한그릇 음식인 데다 제공시간과 식사시간이 짧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식재료 원가를 바탕으로 한 실제가격과 고객이 느끼는 체감가격 사이의 간극에서 기인한다. 실제가격은 저렴한 편인데도 체감가격이 높다 보니 경영주 입장에서는 가격인상이 쉽지 않다.

반대로 원가율, 판매가격은 동일한데 조리시간과 식사시간이 긴 메뉴라면 어떨까? 가격인상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똑같은 2만원짜리 메뉴라도 30분만에 먹고 나가느냐, 2시간에 걸쳐 먹고 나가느냐에 따라 고객이 판단하는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테이블 회전도 무시할 수 없다.

‘식재료 가격이 올라 부득이하게 판매가격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단순한 발상만으로는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한 외식업 전문가는 “때로는 가격인상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며 “가격인상을 결정하기 전에 업장의 특성과 메뉴, 고객 성향을 충분히 분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재료 비용도 문제지만 인력난은 어쩌라고…”

수도권에 위치한 T웨딩홀 뷔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까지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적자폭이 더욱 커졌다. 식자재 구매 비용은 물론 인건비가 크게 오른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업체의 K대표는 “2019년에는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했던 인건비가 지금은 35% 수준이다”라며 “정직원 수를 절반 가까이 감축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건비가 치솟은 데에는 최저시급이 상승한 탓도 있으나 ‘일 할 사람이 없다’는 게 더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K대표는 “직원 모집 공고를 아무리 내도 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제는 부르는 게 값이다”라며 “설거지하는 직원의 경우 월급여를 300만원 이상 주지 않으면 못 구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