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인재 원하면 연봉도 그만큼 주세요”

2021년 게임·정보기술(IT) 기업을 시작으로 개발자의 임금 인상 랠리(rally)가 이어졌습니다. 신호탄을 쏜 곳은 크래프톤이었는데요, 크래프톤은 2021년 2월 사내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자 연봉은 2000만원, 비개발자는 1500만원 인상한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신입 대졸 사원 기준 개발자 연봉은 6000만원, 비개발자 초봉은 5000만원이 됐죠.

크래프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임금 인상률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2020년 크래프톤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4600만원이었습니다. 2021년에는 1억26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1년 만에 173% 급등한 셈입니다. 2021년 크래프톤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영업비용 내역 중 급여 및 상여는 2972억원이었습니다. 2019년 1449억원에서 2년 사이 105%가량 증가했죠.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유 퀴즈 유튜브 캡처

한 회사의 과감한 연봉 인상으로 조급해진 경쟁업체들도 직원 처우 개선에 나섰습니다. 게임 업계는 원래 이직이 잦아서 한 곳에서 연봉을 올리면 다른 곳도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넥슨과 넷마블이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올렸고, 엔씨소프트는 개발직 1300만원, 비개발직은 1000만원씩 급여를 인상했습니다. 개발직이 꼭 필요한 스타트업들은 무섭게 오른 개발자 임금을 무리해서라도 맞춰줄 수밖에 없었죠.

개발자 몸값이 오르자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도 연봉을 올렸습니다. 카카오의 평균 연봉은 2020년 1억800만원에서 2021년 1억7200만원으로 59.2% 올랐죠. 네이버의 평균 연봉도 같은 기간 1억200만원에서 1억2900만원으로 26.4% 증가했습니다. 인건비가 급격하게 올라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기업들은 연봉 인상을 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5대 게임사인 크래프톤·엔씨소프트·넷마블·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27%에서 2021년 16%로 떨어졌습니다. 내부에서 “비용은 나날이 느는데 영업이익과 이익률이 줄어 내실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회사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애플은 자사주 2억원어치 지급

개발 인력을 두고 일어나는 ‘연봉 전쟁’은 과연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기술 기업들이 모여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재 이탈을 막으려고 연봉 인상은 물론, 억대 자사주를 보너스로 지급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서 연봉이 짜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합니다.

애플이 최근 일부 엔지니어에게 10만~20만달러(1억2200만~2억4400만원)어치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을 특별 보너스로 지급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보도했습니다. 애플은 2021년 12월에도 반도체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 개발 분야에서 근무하는 일부 직원한테 5만~18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보너스로 지급했는데요, 애플이 이처럼 직원에게 특별 보너스를 수개월 사이에 연달아 지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아마존은 2022년 2월 기술 담당과 본사 직원들의 기본급 상한액을 기존 16만달러에서 35만달러로 2배 이상 올리면서 직원 달래기에 나섰죠. 

◇처우 좋기로 이름난 구글은?

애플,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에서 연봉 인상 등 처우 개선이 이어지자 구글에서는 급여가 너무 짜다는 내부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3월 초 구글에서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와 고위 임원진이 참여하는 화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사무용 메시지 공유 사이트 ‘도리’에 올라온 직원들의 질문을 읽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는데요, 최근 사내에서 화제인 급여에 대한 직원의 불만을 공유하고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블룸버그 유튜브 캡처

앞서 구글이 직원을 상대로 실시한 업무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급여, 상여금 등을 포함한 보상’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직원 46%만 “회사의 보상이 다른 곳의 비슷한 일자리와 견줘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피차이는 화상회의에서 한 직원이 쓴 ‘급여에 대한 만족도가 1년 사이 가장 많이 떨어졌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낭독했습니다.

‘아마존이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여 상한선을 2배 올리고, 애플이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을 더 많이 지급하기로 했는데 구글은 뭘 하고 있느냐’라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구글이 최상위 1%의 인재를 고용하는 게 목표라면, 급여도 시장의 상위 5~10% 수준이 아닌 상위 1% 수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죠.

사실 구글은 급여나 복지 면에서 박한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실리콘밸리 개발자 사이에서도 선망의 직장으로 꼽힐 정도였죠. 비즈니스 인사이더 조사 결과 2021년 구글 소프트웨어 개발자 연봉은 최소 10만2000달러, 최대 30만달러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퇴사율이 높아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보상을 늘렸고, 구글에서도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레이션도 급여 인상에 영향을 미쳤죠.

구글은 원래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연봉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내부 불만이 커지자 급여 평가 체계를 바꾸겠다고 나섰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직원들의 질문을 읽고 “그간 오래 유지해온 급여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구글 대변인도 “직원들이 어디에서 일할지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가 급여·주식·휴가·각종 수당을 더해 시장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온 이유”라고 말했죠. 브렛 힐 구글 총보상 담당 부사장 등 경영진은 “업계 최고 대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연봉 전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

특정 기간에 기업이 내건 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보상 제도.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 다르게 RSU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면 무상으로 주식을 지급한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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