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모습과 달리 ‘용 문신’을 하고 있었던 이 여성 배우

(Feel터뷰!)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의 주연배우 김혜윤을 만나다

<스카이 캐슬>의 예서로 우리에게 처음으로 얼굴을 알리고 이 작품을 통해 대세 배우로 성장하며

이후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어사와 조이>의 주연까지 맡고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 라이징 스타 김혜윤.

청순하고 연약해 보이는 외형을 지녔지만, 강단 있는 모습으로 여러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연기한 그녀가 이번에는 용 문신을 하고 불도저를 모는 용감한 소녀로 우리를 찾아왔다.

그녀가 왜 이런 파격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파격 변신을 위해 선보인 노력과 비하인드에 대해 직접 만나 들어보기로 했다.

-작품 결과물과 본인의 강한 연기를 본 소감은 어떠셨나?

그동안 드라마를 자주 접하다 보니 이번 영화 촬영이 신선했다. 이 감정은 영화 <미드나이트> 촬영 이후 오래간만이었다. 영화가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을 당시 굉장히 부담스럽고 낯설었다. 큰 화면에 내가 나오니 그랬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얼추 상상하기 마련인데, <불도저에 탄 소녀>는 그런 상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호기심이 컸다.

-극 중 혜영은 거칠고 욕도 잘하는 모습이어서 배우님의 전작 모습과 많이 다르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게 있다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내가 눈으로 계속 욕을 하면서 연기하고 있었다. 굉장히 악에 받힌 모습이었더라.(웃음) 내 눈으로 내 거친 모습을 직접 보니 의외라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다. 혜영 이라는 친구는 감정이 너무 많고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친구라 그런지 센 친구라 생각했다.

-극 중 용 문신이 인상적이다. 혜영에게 용 문신은 어떤 의미인가?

감독님께서 혜영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게 있는데, 강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문신은 약점을 가리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극 중 동생 혜적이에게 팔 토시를 걷어 용 문신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혜영이는 문신을 통해 용기를 얻고, 어떻게든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친구였다.

-초반 오프닝 3 대 1 싸움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혜영이 어떤 캐릭터 인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어서 단순 액션으로 그려진 건 아니라고 본다. 액션 장면의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여고생 3인방과 싸움이 이 영화의 첫 촬영이었다. 굉장히 긴장했었기 때문에 액션스쿨에서 연습을 많이 했었다. 모든 배우가 다치지 않는 게 최우선이었고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근데 그 장면을 자세히 보면 내가 때리다 아파서 내는 소리가 있는데, 그게 들리더라.(웃음) 혜영이가 기술적으로 싸움을 잘하는 친구가 아니다 보니 실제 촬영 때는 파스를 온몸에 달고 촬영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게 여고생들을 때리던 혜영이 후반부에 크게 맞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니 굉장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불도저를 자유자재로 잘 운용하게 되는데, 그 비하인드스토리가 궁금하다.

1달 기준으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연습을 했다. 처음 불도저를 만났을 때 바퀴가 내 키만 해서 무섭고 위압적 이었다.(웃음) 그런데 막상 운전을 해보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터에서 해보니까 좀 더 자신감이 생겼고,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분노하는 모습이 시종일관 인상적 이었다. 분노 연기를 한 소감은 어떠셨는지?

좀 복합적이었다. 혜영이는 불도저처럼 본인의 감정을 거칠게 표출하는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연기하는 내내 대리만족할 때가 있었다. 그런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멋있었다. 그런데 계속 분노를 갖고 연기하다 보니 지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내 연기를 상기시켜주셔서 텐션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용 문신을 하게 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문신은 당연히 지울 수 있는 문신이어서 지금은 없다.(웃음) 연기하는 내내 문신과 내가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세가 좀 껄렁해지고, 성격도 터프하고 거칠어진 것 같았다.(웃음)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거북목이 유지가 되었다.(웃음) 그걸 고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할까?

-이 영화는 인간에게 모멸감을 주는 장면이 많았다. 혜영이 바로 그 부분에 분노하는 게 포인트다. 영화 장면들에 모멸감을 주는 순간이 많았는데, 연기였지만 정말 화가 나는 순간은 언제였나?

맞다. 그런 순간이 있었다. 극 중 최회장(오만석)이 식당에서 따지려 하는 나를 제압하고 국밥을 내 머리에 붓는 장면이 나온다. 리허설 당시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국밥이 내 얼굴에 쏟아지고, 상대방의 눈도 쳐다볼 수 없을 때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경이 이해가 되었다. 그 장면을 찍으면서 서러운 감정이 많았다.

-<불도저에 탄 소녀>는 계층 간 이야기에 너무나 냉혹한 현실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기생충>에서 느꼈던 정서를 저절로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결말이 시원한 구석이 담겨 있지만, 현실적으로 본다면 판타지에 가까운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씁쓸한 여운이 강하게 베여있다. 이 영화를 통해 느낀 교훈 혹은 가치관의 변화가 있었다면?

이 작품을 연기하면서 느꼈던 것은 모든 사람에게도 배울게 많다는 거였다. 모든 사람에게 배울게 있다는 말은 평소에도 많이 들었는데, 영화를 통해 제대로 배우게 되었다. 혜영이를 보면서 대단하다 느낀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지키는 의지였다. 물론 그녀의 행동이 올바른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을 희생하며 지켜낸다는 점에서 그 나이에 느껴지는 책임감이 생각났다.

-극 중 아빠로 등장하는 선배 박혁권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박혁권 선배님이 연기한 아빠는 미운 정이 있는 인물인 동시에 철부지 캐릭터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자식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존재였다. 박혁권 선배와 함께 연기했던 장면이 누워 있는 장면이 전부였다. 중환자실 연기가 전부여서 연기로서 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장면이 없었다.(웃음) 너무 연기에 몰입하셨는지 쉬는 시간에도 주무셔서 대화가 원활하지 않았다.(웃음) 앞으로는 눈 뜨고 함께 연기하고 싶다. (웃음)

-영화를 보니 헐렁한 의상이 많더라. 그만큼 체중 감량도 많이 한거 같은데…

그건 감독님의 의상 선택 때문이고, 내가 작품을 위해 어깨를 키우려고 운동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거였다.(웃음)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내 체형이 다 드러났다. 마른 체형에 늘어난 어깨라.(웃음) 그래서 내가 한 용 문신이 도롱뇽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웃음)

-이번 영화를 통해 연신 좋은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언론과 가진 이전 인터뷰에서 이번 연기에 대한 자존감이 낮다며, 자신을 더 낮추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에도 본인에 대해 박하고 엄격한 편인가?

나는 항상 내 연기를 할 때마다 단점만 보게 된다. 그것도 큰 스크린을 통해서 보니 손동작, 눈빛에 디테일한 허점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번 영화 촬영은 나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를 준 좋은 경험이었다. 그나마 액션 연기를 할 때 다치지 않고 연기했다는 것에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 <어사와 조이> 이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주로 많이 연기했다. 작품 선택에서 그런 부분에 많이 관심을 갖는 편인지?

주체적인 것을 고르려고 한건 아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런 역할을 많이 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캐릭터를 선택하고 연기하는 내 모습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성향에 맞춰진 캐릭터를 선택하게 되는데, 그게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보인 것 같다.

-대학시절 여러 단편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중에는 택배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을 연출한 경험이 있었다. 향후 연출 작업에 도전하고 싶은 의향이 있으신지?

오 그때가 참 좋은 경험이었다. 그 당시 학과 수업 때문에 연출을 한 거였는데, 시나리오도 써보고 배우도 캐스팅하고 스태프도 꾸려서 연출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막상 하고 나니 느낀 게 나와 적성이 안 맞는 거였다.(웃음) 시나리오도 그렇도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연기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영화 매체이다 보니 드리는 질문이다. 배우님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원더>라는 영화를 볼 때마다 공감하고 좋아한다. 주인공 말고도 그 외 작품에 등장 캐릭터의 시점을 굉장히 좋아한다. 시나리오 자체도 흥미로웠고, 인물 간의 시점과 주제를 깊이 있게 잘 담아낸 작품이란 점에서 내 인생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느새 데뷔 10년 차다. 돌이켜 보니 어떠신가?

매 순간을 잘 이겨내고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과거에 수많은 단역을 오랫동안 연기한 경험 덕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러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었기에 지금처럼 잘 버티고 연기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익숙하지만 소중한 걸 잊지 말자’라는 나만의 좌우명이 있는데, 그것을 잘 지켜온 것 같다. 연기학원 등록했을 때의 첫 심경이 아직 남아있는데, 그 순간을 떠올리다 보면 많은 힘을 얻기 마련이다. 그때의 초심을 떠올리며 지금도 잘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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