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위 걸그룹 만든 회사 이번엔 만화로 ‘오·겜’ 제쳤다

게임 IP 확장하는 개발사
음원,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

잠깐이지만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46일 동안 넷플릭스 선두를 지키고 있던 오징어게임을 밀어낸 애니메이션이 등장했습니다. 11월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 톱TV쇼 부문 38개국 1위에 오른 작품은 바로 ‘아케인(ARCANE)’입니다. 이후 다시 오징어게임이 다시 1위를 탈환했지만 영화 평가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 지수 100%, 관객 지수 98% 꽤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케인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LoL)’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입니다. LoL의 지적재산(Intellectual Property·IP)을 활용해 만들었죠. IP는 무형의 지식, 문화, 예술 등 인간의 지적 창작물을 뜻합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게임 캐릭터나 배경 음악 등을 예로 들 수 있죠. 아케인은 롤에 등장하는 챔피언(캐릭터)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LoL 세계관에서 유토피아로 알려진 부유한 도시 ‘필트오버’가 배경이고 오염된 지하도시 ‘자운’의 갈등을 다룹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자매인 ‘징크스’와 ‘바이’입니다. 자매가 태어나고 갈라서기까지의 과정이 아케인의 주된 스토리입니다.

아케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이틀 동안 오징어게임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가 아닙니다. 게임 IP를 활용한 콘텐츠 성공 사례기 때문이죠. 그동안 많은 게임사들이 대표 게임 IP를 활용해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해 왔지만, 성공 사례는 많이 없었습니다. 게임 IP를 활용해 다른 분야로 확장한 대표 성공 사례를 알아봤습니다.

아케인 대표 이미지. /라이엇 게임즈 제공


가상 걸그룹 K/DA. /라이엇 게임즈 제공

◇걸그룹 제작해 차트 1위도?

라이엇 게임즈가 IP를 활용해 성공을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8년 K팝 아이돌 그룹 ‘K/DA’를 선보였습니다. K/DA는 LoL 여성 챔피언 아리, 아칼리, 이블리, 카이사로 구성된 가상 걸그룹입니다. 이들의 데뷔곡은 ‘POP/STAR’. 게임 회사가 만든 가상 걸그룹이었지만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당시 K/DA 데뷔곡은 빌보드 월드 디지털송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들의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 수는 4억7000회 이상입니다. 지금까지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몰랐다가 K/DA 덕분에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K/DA를 K팝에 관심이 생겼다” 등 해외 팬들에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K/DA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라이엇 게임즈의 탄탄한 K팝 연구 덕분입니다. K/DA 제작자 토아 던은 “한국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 K팝이 아니다. 음악, 비주얼 등 케이팝 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들은 실제 걸그룹을 기획하듯 멤버를 선택했고 특정 멤버에게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게임 속 암살자로 등장하는 아칼리에게 ‘걸크러쉬’ 래퍼를 맡겼습니다. 아리는 메인 보컬 및 비주얼, 카이사는 댄서, 이블린은 디바 및 메인 보컬이었죠. 이런 깊은 연구와 탄탄한 기획이 K/DA의 성공을 가져왔습니다.

레지던트 이블 포스터(왼쪽)과 코믹 메이플스토리(오른쪽). /네이버 영화, 서울문화사 제공

◇만화로 또 영화로, 4억3000만달러 수익 올리기도

아케인 전에도 많은 게임사가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있습니다. 일본 게임 제작사 캡콤의 서바이벌 호러 게임 ‘바이오하자드’를 기반으로 한 영화입니다. 유명 배우 ‘밀라 요보비치’가 주인공이죠. 1~3편은 각 1억2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뒀고 4편부터는 2억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냈습니다. 다만 게임의 영화판보다는 좀비, 생존 등 게임의 설정만 차용해 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만들었습니다.

레지던트 이블 외에도 어드벤처 게임 ‘툼 레이더’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툼 레이더’도 세계적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으며 인기를 끌었죠. 또 크리쳐스에서 제작하고 닌텐도에서 발매한 포켓몬스터 시리즈 외전 게임 ‘명탐정 피카츄’를 원작으로 한 영화 ‘명탐정 피카츄’는 전 세계에서 약 4억3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역대 게임 원작 북미 흥행 2위에 올랐습니다.

국내에도 게임 IP를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코믹 메이플스토리’입니다. 코믹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원작으로 제작한 만화입니다. 메이플스토리 속 캐릭터와 지역을 끌어와 만화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이야기를 구축했습니다. 2004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2019년, 100권을 마지막으로 완결됐습니다. 총 판매 부수는 1800만부 이상입니다. 판매된 책을 세로로 쌓아보면(권당 두께 약 1cm)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828m) 217개 높이인 셈입니다. 국내 게임 원작 만화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죠.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포스터. /네이버 영화

◇일반 관객, 게임 유저 모두에게 외면받기도

게임 IP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영화로 만든 작품들은 대부분 실패 사례로 남습니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확장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입니다.

게임은 유저들에게 세계관을 이해시킬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고, 게임을 전개하면서 캐릭터 등을 추가해 언제든 세계관을 확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영화는 제한된 시간 안에 게임이 오랜 시간 걸쳐 쌓아온 스토리를 담아야 합니다. 꼭 필요한 내용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덜어내거나 최대한 압축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원작 게임 유저는 스토리가 훼손됐다고 평가하고, 일반 관객은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하기는커녕 영화 내용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블리자드의 유명 게임 워크래프트를 기반으로 제작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의 경우 일반 관객은 물론 게임 유저에게도 외면받았습니다. 워크래프트는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게임입니다. 그만큼 방대하고 탄탄한 세계관을 자랑하는데, 이를 짧은 러닝 타임에 소화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던 것이죠. 게임 세계관 속 중요한 개념을 그저 나열만 하는 듯한 전개에 일반 관객은 심오한 워크래프트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고, 기존 게임 유저는 원작 훼손이 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입 4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결국 영화를 만들었던 던칸 존스 감독은 2019년 “워크래프트 영화 3부작을 완성시킬 두 편의 영화를 더 만들고 싶었지만, 후속작은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워크래프트 외에도 ‘철권’, ‘스트리트파이터’, ‘케모노프렌즈’ 등도 게임 IP를 활용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는 쓴맛을 겪어야 했습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은 양날의 검”이라며 “성공한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콘텐츠의 실패는 물론 기존 게임 명성에도 누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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