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결정적인 ‘엔진결함’ 내부고발자 김광호씨 280억 받을 수 있던 이유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량 안전 결함을 고발한 내부고발자인 전직 현대차 직원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2400만달러(약 282억원) 상당의 포상금을 받게 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미 자동차 업계에선 유명한 김광호 전 부장 이야기입니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021년 1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성명을 내고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법인에 대한 정보 제공과 관련한 내부고발자에게 2400만 달러가 넘은 돈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NHTSA가 2015년 자동차 기업 내부고발자와 관련된 규정을 마련한 이후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안전법 위반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는 현대차의 김광호 전 부장입니다. 김광호 부장은 내부 고발로 해고 통보, 고소 등의 곤욕을 치렀지만, 세타2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 내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 결과, 북미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북미 시장에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에서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생산된 쏘나타 47만 대가 리콜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세타2 엔진을 탑재한 해당 차량에서 원인 불명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여, 미국 소비자 단체에서 해당 건으로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현대차는 리콜과 함께 “조립 공정 중 공장 내의 쇳가루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화재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1년 후, 현대차의 한 엔지니어가 세타2 엔진과 관련된 치명적인 결함을 제보하면서 세타2 엔진 결함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내부 고발을 감행한 김광호 전 부장은 25년간 현대자동차에 근속하며 연구소, 생산, 품질 본부 등에서 차량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던 중, 품질전략팀에서 세타2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여 이를 내부에 알렸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내용을  2016년 NHTSA와 한국 정부에 잇따라 제보 공론화시켰습니다.

당시 김 전 부장은 세타2 엔진의 실린더 결함으로 금속성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커넥팅 로드가 파손되어 엔진에 구멍이 발생하고, 화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원인이 현대차가 앞선 북미 쏘나타 리콜에서 설명했던 단순 공장 쇳가루 문제가 아닌, 근원적인 설계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추가로 현대·기아차가 엔진이 얼어붙거나 불이 붙을 수 있는 100만대 이상의 차량 리콜에 대해 늑장 대응했다고 제보했고, 이는 양사의 대규모 리콜과 NHTSA 조사로 이어졌습니다. NHTSA는 현대·기아차의 세타2 GDi(직접분사) 엔진에 대한 리콜 적정성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NHTSA는 양사가 세타 2를 장착한 160만대의 차량에 대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리콜을 했고, 엔진의 결함에 대해서도 NHTSA에 중요한 정보를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전 부장의 내부 고발로 세타2 엔진의 근원적인 문제가 알려지면서,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 판매된 세타2 엔진 문제를 수습해야 했습니다. 앞서 원인 불명의 화재로 인해 세타2 엔진을 사용하고 있던 쏘나타 47만 대 리콜 당시 해명했던 “공정상 결함” 내용이 김 전 부장의 고발 내용과 상이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현대차는 해당 문제의 수습을 위해 세타2 엔진을 대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으며, 보증 기간 연장 등의 후속 조치를 취했습니다. 추가로 NHTSA는 작년 11월 과징금 8100만 달러를 부과하고 현대·기아차가 안전 성능 측정 강화와 품질 데이터 분석 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모두 56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양사와 합의했습니다. 합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미 당국이 현대·기아차에 7300만 달러를 추가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관계법령상 100만달러 이상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안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에게 과징금의 30%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이 법령에 따라 과징금 8100만 달러 중 지급 가능한 최대 비율인 30%를 적용받는다고 NHTSA는 밝혔습니다.

NHTSA는 “내부고발자들은 기업들이 숨기는 안전문제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 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결함 있는 차들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가 감수한 위험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아 기쁘다”며 미국의 법 체계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습니다. 이어 “나의 제보가 현대차와 업계 전반에 걸쳐 안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부장의 법률 대리인은 이 포상금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부문에서 지급된 가장 큰 금액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부장은 내부 고발을 통해 세타2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을 알리고, 국내외 대규모 리콜을 이끌어내며 소비자 권익 신장에 힘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26년 간 근속했던 직장에서 2016년 11월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등 사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 해임되었으며, 최종적으로 취하되긴 했지만 한때 고소로 인해 자택 압수 수색을 당하는 등의 곤욕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 전 부장은 한국에서는 이미 내부고발자로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고,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포상금 2억원 지급을 의결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기만에 맞선 납세자 교육펀드’(TAFEF)로부터 ‘올해의 공익 제보자’로 선정됐습니다.

김씨와 같은 공익신고자에게 우리 정부가 주는 보상금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근거합니다. 공익신고가 벌금, 몰수, 과징금 등의 징수로 이어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수입 증대에 기여한다는 것이 신고자 보상 논리입니다.

하지만 현행법은 공익신고 덕분에 아무리 많은 금액이 징수되더라도 보상금은 최대 30억 원으로 한정합니다. 국가·지자체 징수액을 뜻하는 ‘보상대가액’ 대비 보상금 비율도 20%를 넘지 못합니다. 보상대가액이 1억 원 이하라면 보상 비율이 20%지만, 2억 원 초과~5억 원 이하일 땐 2,000만 원에 1억 원 초과 금액의 14%를 보태 지급하는 등 보상대가액이 커질수록 보상 비율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보상대가액이 40억 원을 넘는 경우엔 3억4,600만 원에 40억 원 초과 비용의 4%를 더해줍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된 공익신고 보상금 평균 보상률은 7.3%에 불과합니다. 지난해의 경우 공익신고로 252억5,892만 원이 징수됐지만 신고자가 받은 보상액은 15억6,090만 원(6.2%)에 그쳤습니다.

반면 미국은 공익신고자에게 보상대가액의 10~30%를 상한선 없이 보상합니다. 미국 정부가 김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에 부과한 과징금은 8,100만 달러입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현대·기아차에 품질 강화 비용으로 요구한 금액을 더하면 총 1억3,700만 달러인데, 김씨 측은 현지 보상 심사 당국이 이 금액을 보상대가액으로 삼고 보상금을 책정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익제보자 보호단체 호루라기재단 이영기 이사장은 “김씨의 제보로 과징금이 부과됐고, 미국법상 보상대가액의 최대 30%를 상한액 없이 보상하게 돼 있다”면서 “현지 심사위원회에서 보상 비율을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당연히 지급되어야 한다”, “내부 고발자는 기업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일등 공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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