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VIP선물로도 인기라는 ‘비누 언니’의 작품

크렘 김예린 대표
평범한 비누를 예술 작품처럼
욕실 분위기를 바꾸는 특별한 선물

누구에게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다. 크렘 김예린(35) 대표에겐 비누가 그런 존재였다. 욕실에서 느끼는 편안함, 비누가 주는 행복이 좋았단다. 평범한 비누 대신 비누를 예술 작품처럼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크렘은 시작됐다. 씨글라스(Seaglass)를 닮은 크렘의 비누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한다. 향도 색도 모양도 이제껏 봐왔던 비누와 다르다. 예술 작품 같은 비누로 욕실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크렘 김예린(35)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크렘 김예린 대표. /크렘 제공

-크렘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크렘(crème)은 크림, 진하고 달콤한 리쾨르, 가장 좋은 것을 뜻하는 프랑스어예요. 깊은 풍미의 달콤한 크림처럼 크렘은 일상을 달콤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Rich and Sweet Objects’를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욕실의 기본인 비누를 시작으로 화병, 테이블매트, 수저받침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어요.”

-크렘이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 쉴 수 있는 공간이 욕실이었어요. 하루를 마치고 욕실에서 비누로 몸을 씻을 때면 편안하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곤 했어요. 비누의 향과 색이 기분을 바꿔주기도 했고요.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비누는 누구에게나 선물하기 좋은 실용적인 제품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직접 비누를 만들기로 하고 2016년 크렘을 창업했습니다.”

-크렘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제 전공은 사진이에요. 고등학교 땐 실용음악과에서 재즈피아노를 전공했는데 미대에 갔다가 다시 사진학과로 진학했어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건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었어요. 손으로 만지고 만들고 기획하는 걸 좋아했고요. 부모님께서도 음악, 디자인을 하셔서 그런 저를 지지해주셨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셨어요. 졸업 후에는 광고회사에서 AE로 오래 일했습니다. 일을 달고 살았지만 일이 좋았어요. 이런 경험들이 지금 크렘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크렘의 씨글라스솝. 바다의 보석이라 불리는 씨글라스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크렘 제공

-비누 디자인이 굉장히 독특한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201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씨글라스솝은 해양쓰레기의 일종인 씨글라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씨글라스는 버려진 유리 조각이 오랜 시간 파도와 모래에 마모되면서 조약돌처럼 바뀐 것을 말해요. 투명한 색색의 유리 조각은 마치 보석 같아서 ‘바다의 보석’, ‘바다의 유리’라고 불리죠. 국내에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선 씨글라스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씨글라스가 자주 발견되는 해변을 지도로 만든 씨글라스맵도 있어요.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아름다운 형태로 만들어주는 바다를 생각하며 비누를 만들었습니다. 씨글라스를 닮은 비누는 예쁘기도 하지만 비누를 사용하면서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씨글라스솝을 만들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씨글라스처럼 물에 닿으면 투명하고 반짝이게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자연이 만든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양, 손안에 들어갔을 때의 완벽한 그립감을 만들기 위해 2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쳤어요. 씨글라스솝은 허브 특허 추출물로 만들어졌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천연비누, 식물성비누는 성분도 좋고 사용감이 좋긴 해도 향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요. 성분도 좋고 향까지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향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크렘만의 독특한 향을 만들어냈고요. 너무 강하고 화려한 향보다 저렴하지 않고 향수와 바디워시, 바디로션과 상충되지 않는 적정한 향을 찾았습니다. 향도 향이지만 발향력이 좋아서 고객들이 욕실에 비누만 둬도 디퓨저를 둔 것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해요. 비누망에 넣어서 차안에 방향제처럼 쓰는 분들도 있고요. 또한 피부타입에 따라 골라서 쓸 수 있도록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었어요. 피부타입에 맞는 성분들이 커스터마이징되어 있습니다. 향과 색만 다른 게 아니라 성분이 다른 비누를 선택해서 쓸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자연스러운 그립감과 거품을 만들기 위해 2년여의 개발을 거친 씨글라스솝. /크렘 제공

-코랄핑크, 쉘화이트, 그린브리즈, 선셋레드, 골든샌드, 딥씨…다양한 씨글라스솝 중에 자신에게 맞는 비누를 선택하는 방법은?

“각 제품마다 민감성피부, 건조한 피부 등 피부 타입에 맞는 성분을 사용하고 추천하고 있어요. 하지만 비누는 이 성분들이 피부에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씼어내는 제품이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요.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도 좋지만 마음에 드는 향과 색을 선택해 사용하는 게 만족도가 더 높을 겁니다.”

-비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사용감이요. 비누가 너무 크거나 각이 지면 손안에서 쓰기가 어려워요. 기본적으로 손안에서 편안하게 롤링되고 부드럽게 거품이 나야 해요. 그립감과 사용의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더불어 물에 닿았을 때 색감, 발향되는 향이 코를 얼마나 즐겁게 하는지 사용감과 더불어 시각과 후각까지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비누와 다른 크렘만의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화장품 브랜드가 성분에 집중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크렘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비누를 사용하는 내내 소중하게 케어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게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제품에 이야기가 있어서 선물할 때도 특별한 의미를 줄 수 있고요.”

친환경 종이로 제작한 패키지. /크렘 제공

-패키지도 특별히 신경 썼다고요.

“씨글라스솝의 패키지는 친환경 종이로 만들어졌어요. 상자 한쪽에는 씨글라스가 자주 발견되는 해변의 이름과 확률 등을 새겨두었습니다. 환경적인 부분과 재미까지 생각했어요. 그리고 비누를 선물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선물용 패키지를 다양하게 만들었어요. 각각의 제품 형태를 고려한 다양한 선물 패키지는 받는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어줄 거예요.”

-크렘 비누를 이용해본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예쁜 비누를 좋아하는 20~30대 고객이 많은 편이지만 40대 고객도 선물용으로 많이 찾습니다. 남성 고객들의 비중도 높아요. 남성분들도 의외로 예쁜 비누를 좋아하더라고요. 멘솔라인이 특히 남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폭염 경보가 있을 때 매출이 확 올라갑니다. 대량 구매, 재구매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리고 비누가 부담없이 선물하기 좋은 제품이다보니 기업이나 모임에서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하세요. 스포츠구단에서 정기적으로 구매하고 있고 골프모임에서 상품용으로도 선호하고요. 백화점 VIP선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광고를 많이 하고 있지는 않는데도 써보신 분들의 입소문 덕에 재구매가 늘면서 매출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요. 크렘의 비누를 선물하면 너무 좋아한다고도 해주시고 실용적이고 예쁜 선물이라고도 해주세요. 직접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예전엔 직접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비누를 뜯어보고 ‘와, 이게 비누야?’ 놀라고 향을 맡아보는 고객들의 표정을 보면 제가 행복해져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고객들이 좋아해준다는 게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힘들 때는요?

“처음 하는 사업이고 아무것도 몰라서 잠도 안 자고 발로 뛰며 배우고 노력해 제품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제품을 카피 당하는 일이 많았어요. 디자인이며 패키지 사이즈까지 똑같이 베껴 쓰더라고요. 제품 디자인을 약간만 틀어서 컨셉만 차용해가는 경우도 있고 상세페이지 문구를 그대로 가져다 쓴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속상해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변호사를 만나 대응해볼까도 했어요. 하지만 우리 제품을 따라할 정도로 우리가 알려지고 있구나 위안 삼았어요. 우리가 경쟁력을 더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투명한 바다 유리를 닮은 크렘의 씨글라스솝. /크렘 제공

-대표님에게 비누란?

“비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어딜 가도 ‘비누언니’라고 불리곤 해요. 제가 다른 제품을 기획하고 소싱하고 유통하더라도 저는 계속 ‘비누언니’일 것 같아요. 저의 시작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비누뿐 아니라 사람에게 밀접한 모든 걸 아우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소재에 관심이 많아서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제품을 선보이는 게 목표예요. 크렘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제품까지 많은 걸 재미있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강정미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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