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겐 맛과 착한 가격을, 농장주에겐 이익을 드리고 싶어요”…2대 걸친 횡성한우 전도사

조원섭 횡성한우협동조합 이사장 ⓒ더농부

​“소 사료를 공동구매하면 구매 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럼 농장주들의 사육비 부담도 줄어들죠. 비용이 줄어든 만큼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은 한우 고기를 합리적 가격에 드릴 수 있게 돼요. ‘소비자에겐 맛과 합리적 가격을, 농장주에겐 적정 이윤을 드린다’는 우리 조합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매커니즘인 거죠. 올해 추석 명절엔 많은 소비자들이 횡성한우의 매력에 빠져보셨으면 좋겠어요.”

​조원섭 횡성한우협동조합 이사장(53)은 맛 좋은 횡성한우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의욕이 넘쳐났다. 그는 조합 목표 달성 이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소 200여 마리를 직접 기르고 있는 조 이사장으로부터 횡성한우가 ‘전국구’ 이미지를 갖게 된 계기와 조합의 장점 등을 들어봤다.

3선 횡성군수 선친은 치열하게 횡성한우 홍보

낙농학 전공한 아들은 소 키우며 조합장 활동

그의 고향은 횡성이다. 소와 본격적인 인연을 가진 것은 다소 늦었다. 1987년 성균관대 낙농학과(현 식품생명공학과)에 입학하면서다. 부모님은 다른 전공을 권유했고 집에서 소를 키운 적도 없었다. ‘고향의 푸근한 정취 속에서 자라 낙농업도 좋겠다’는 생각에서 전공을 선택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대표적 민간 사료 기업 중 하나인 우성사료에 1993년 입사했다. 당시 우성사료는 강원지역 판매망을 구축하기 전이었다. 자연스럽게 고향 횡성을 비롯해, 평창, 강릉 등 영서 남부와 영동 영업을 맡게 됐다. 회사에서 배운 컨설팅·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농가에 도움을 드리며 친분을 쌓았고, 자연스럽게 사료 구매로 이어지게 했다.

​10년 정도 영업을 뛰다가 전공을 살려 개인 농장을 차려보겠다고 결심했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 고심하던 차에 지인으로부터 퓨리나 사료 대리점을 운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2004년부터 2015년 무렵까지 대리점을 운영했다. 대리점을 운영하는 동안 횡성군 갑천면에 마땅한 부지가 나와 소 250마리를 기를 수 있는 우사를 지었다. 현재 2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횡성한우협동조합에서 키운 소는 1+ 이상 등급 비율이 높고 한 마리 당 무게도 더 나가는 게 특징이다. ⓒ횡성한우협동조합

​‘횡성은 언제부터 한우로 유명했냐’는 질문에 조 이사장은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의 부친은 민선 1·2·3기 횡성군수를 지낸 조태진(1937~2021)씨다.

​“횡성 우시장은 교통이나 물류가 지금보다 열악했던 시절 마장동 등 수도권 주요 축산물 판매거점에선 없어선 안되는 존재였어요. 당시 횡성한우라는 말은 없었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 ‘횡성 소’는 유명했죠. 1990년대 초 수소를 거세하는 거세우 개념이 도입됐는데, 양평군 개군면에서 먼저 시작했어요. 당시 군수셨던 아버지는 ‘거세하면 발육이 늦어진다’는 농장주들의 걱정을 달래려고 사료비 지원을 지렛대 삼아 적극 장려하셨습니다.”

​거세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숫소 특유의 냄새(웅취)가 사라졌다. 때마침 소고기 등급제가 도입됐는데,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조 전 군수는 전국 특산물끼리 경쟁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횡성한우를 알렸다. 씨름대회엔 농사꾼 복장으로 황소를 직접 끌고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평판을 쌓아온 횡성한우의 이미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조 이사장의 설명이다.

이사장·직원, 조합 농가 찾아 적정 사육일정 지원

“어디서 어떻게 키웠는지 모두 파악…안전성 자신”


횡성한우협동조합 소속 농장주가 자신의 소를 돌보고 있다. ⓒ더농부

​횡성한우협동조합은 사료를 공동구매해 사육비 부담을 덜어보자고 의기투합한 농장주들이 2015년 만들었다. 현재 조합에 가입한 농장은 200여 곳이다. 조합은 조합원 출자금과 사료 공동구매 대리점 역할을 하며 얻는 이익으로 운영한다. 조 이사장은 출범 당시 조합원으로 참여해 올해 초 2년 임기로 4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보통 소 100마리를 키운다고 치면 한 달 사료비만 천만원이 들어가요. 1년이면 1억2000만원이죠. 조합원 농장주들은 시중에서 보다 10% 낮은 가격으로 사료를 받는데, 한 달 치 사료가 공짜인 셈이죠.”

​크고 육질 좋은 소를 생산하는 것만큼 농장주들에게 좋은 일은 없다. 조 이사장은 사료 회사에서 배운 컨설팅 경험을 조합 농가에 적용하고 있다. 조합 직원들과 함께 소속 농장을 살피며 소들이 적절하게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농가 일손을 돕는다.

​그는 “적정 사육 일정에 따라 키우냐 여부는 소 무게와 등급의 차이로 나타난다”며 “조합 농가의 소들은 도축 후 무게(도체중)가 20~30㎏ 더 나가고, 1+ 이상 등급 비율도 타 지역의 60~65%보다 훨씬 높은 73%에 이른다”고 말했다. 사육 단계별 적정 체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농가가 의외로 적지 않다. 조 이사장과 조합 직원들이 농장을 수시로 찾아가 점검해주는 것이 횡성한우협동조합만의 장점이다.


열성형진공스킨포장기로 정육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횡성한우협동조합

​조 이사장은 “조합 농가의 소들은 직접 확인하다보니 어떻게 자랐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조합에서 생산하는 소고기는 100% 조합원들이 키운 소”라고 설명했다. 횡성한우협동조합 소고기의 안전성을 자신하는 이유다. 가공장은 식품안전관리인증(해썹)을 취득했다. 1억4000만원짜리 진공 스킨포장기를 갖춰 생산한 정육 제품은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그는 “기존에는 횡성한우가 축협 자체 유통망에서 대부분 소비됐다”며 “횡성한우협동조합 설립은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의미도 가진다”고 말했다.

ESG 경영도 염두…올 추석 종이박스 시범 적용

“조합보다 소비자·조합원 우선하는 경영할 것”

​조 이사장이 횡성한우협동조합의 향후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더농부

​횡성한우협동조합은 ESG 경영에도 노력하고 있다. 선물이 많이 오고가는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두고 최근 종이 박스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스티로폼 박스가 포장·배송엔 좋지만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다.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점차 종이박스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횡성군내 아이가 태어난 가정에는 조합 경비로 양지고기 1㎏과 미역을 선물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추석 선물을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한 선물세트도 구성 중이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제한된 금액 내에서 한우를 구입하면 구이용이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소비자가 만족할 세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는 단골 고객에게는 포인트 제도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조합 규모가 커지더라도 조합 자체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지는 않을 겁니다. 소비자와 조합원을 우선 순위에 올려 놓고 최선을 다하는 경영을 하고 싶습니다.”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횡성=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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