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팔아 ‘억대 매출’? 중국에서만 볼 수 있다는 ‘이 문화’

‘가을’을 알리는 소리

매년 8월에서 9월,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릴 무렵 산동(山东)성 닝양현(宁阳县) 일부 농촌마을들은 곤충 채집으로 분주해진다. 귀뚜라미를 잡아 파는 것은 이 지역 농민들의 농업 외 부가수입의 원천 중 하나다. 특히 양식이 아닌, 논밭에서 잡은 자연산 귀뚜라미들은 특수한 수요계층이 따로 있다. 애완용으로 기르거나, ‘귀뚜라미 싸움’을 취미로 가진 사람들이다.

©픽사베이

1000여 년 전부터 이어온 문화? 중국의 ‘귀뚜라미 싸움(斗蛐蛐)’

중국에서 애완용으로 귀뚜라미를 기르는 문화는 그 역사가 길다. 당나라의 수도였던 시안(西安), 청나라의 수도였던 베이징(北京), 남송 시대의 항저우(杭州)와 그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문화가 발전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을밤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기 위해 키우는 사람도 있지만, 그보다는 ‘귀뚜라미 싸움’이 주된 관심사인 경우가 많다.

©터우탸오

귀뚜라미 싸움은 말 그대로 귀뚜라미끼리 서로 싸움을 붙여 힘을 겨루는 경기를 말한다. 짐작하다시피 ‘도박성’이 짙은 문화다. 사행성 도박이 법적으로 금지된 현대에 와서는 도박을 전제로 하는 경기가 위법이 되었지만, 이런 문화 자체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성행해 왔다.

두 달 일해 300만 위안(약 5억 4000만 원) 매출? ‘귀뚜라미’로 돈 버는 사람들

자연산 귀뚜라미 중에서도 인기가 좋은 품종은 몸통과 머리, 이빨이 크고 무게가 무거운 것들이다. 싸움에서 이길 확률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경기 성적에 따라 붙여주는 ‘칭호’도 있다. 한 시즌에서 동 체급 경기에 8번 승리한 귀뚜라미는 ‘장군(将军)’이라 불린다. 9번 승리할 경우 ‘솨이(帅)’, 10번 승리할 경우 ‘충왕(虫王)’이라 불린다. 올해 이러한 칭호들을 획득한 귀뚜라미들은 짧은 수명 때문에 해를 넘기지는 못하지만, 내년 경기 참가자들이 귀뚜라미를 구매하는데 ‘표본’이 된다.

‘귀뚜라미 싸움(斗蛐蛐)’ ©터우탸오

이런 문화가 있다 보니, 이쪽 업계에 발을 담가 돈을 버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경기용 귀뚜라미’들을 취급하는 주(朱) 모 씨는 현재 유통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직접 귀뚜라미를 잡지는 않지만 약 20개 공급상에서 귀뚜라미를 공급받는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준 후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최근에는 주로 ‘라이브스트리밍’을 통해 판매를 중개하는 그는 ‘성수기’인 지금 하루에도 6번, 총 10시간 넘는 시간 동안 방송을 키고 있다. 그러고는 공급상으로부터 받은 귀뚜라미를 잠재 고객들에게 ‘개체 하나하나씩’ 자세하게 설명한다. 판매는 경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건이 성사될 때마다 그가 받는 수수료는 20%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와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귀뚜라미들 ©터우탸오

‘한 철’만 사는 귀뚜라미는 그 수명이 약 100일 남짓인데도 불구하고, 1마리당 가격은 싼 건 수 천 원부터 시작해 비싼 건 수 십, 수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한 해에 나올까 말까 한 희귀 우량 품종의 경우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2년 전 11만 위안(약 1980만 원)에 거래된 개체가 그것이다. 한 해에도 수많은 개체가 그를 거쳐 판매되다 보니, 그의 수입 역시 결코 작지 않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작년 한 해 8월과 9월, 그를 통해 나온 매출은 약 300만 위안(약 5억 4000만 원)이라 말했다. 그는 이 업계에서 ‘귀뚜라미 판매계의 리자치(李佳琦, 중국 유명 쇼호스트이자 왕훙)’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도박’인가, ‘문화’인가?

©디즈니 뮬란

‘귀뚜라미 싸움’은 그 도박성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물론 단순히 귀뚜라미 싸움 자체를 즐기는 경우 위법에 해당하지 않지만, 도박이 전제될 경우 위법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2019년 장쑤(江苏)성에서 경찰 단속에 이 업계에서 약 100여 명의 인원들이 현장 발각되어 구치소에 구류되거나 감옥에 수감된 사례가 있다. 도박장 주최 측이거나 도박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현장에서 이뤄지던 도박 총 금액은 10만 위안(약 1800만 원)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존재해 왔던 ‘문화’이기 때문에 오늘도 중국 곳곳에서 ‘귀뚜라미 싸움 도박장’은 여전히 암암리에 열리고 있다. 이는 작지 않은 하나의 ‘산업’을 일구기도 했다. 자연산 귀뚜라미의 최대 산지인 산동성 닝양현의 귀뚜라미와 관련한 산업(여행, 숙박, 요식업 등)의 경제규모는 한 해에 약 6억 위안(약 108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차이나랩 허재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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