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아닌데 30대에 억대 연봉 받는 비결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꽃’ 홍보(PR·Public Relations)를 담당하는 AE(account executive·홍보 담당자)는 미디어와 기업 내·외부 이해 관계자를 위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회사 홍보물의 기획 단계부터 제작, 송출, 피드백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화려해 보이지만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꿈도 못 꾼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편견을 깨고 30대라는 이른 나이에 억대 연봉을 버는 AE들이 있다. 홍보 에이전시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의 조현수(33), 차향미(37) 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차향미씨, 조현수씨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자기소개 해주세요.

(차)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에서 10년째 AE로 근무 중인 차향미입니다. 현재 IT 및 뷰티 브랜드의 PR(public relations·홍보)을 담당하는 PR3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조) “11년 차 AE로 일하고 있는 조현수입니다.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에서 자동차 브랜드를 담당하는 PR1팀의 리더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차향미 부장은 어릴 때부터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대학 시절 홍보·마케팅 관련 대외 활동을 하면서 흥미를 느꼈고, 자연스레 홍보업을 꿈꿨다. PR에 필요한 작문 실력을 키우고 싶어 서울신문, 헤럴드경제에서 인턴기자로 2년여간 일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이오스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조현수 부장은 경희대학교에서 철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친화력이 좋고 세상일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대학교수님이 AE로 일해보는 건 어떠냐고 추천했다.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아 졸업 후 2010년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에서 일을 시작했다.

2021 폭스바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워크샵에서 발표 중인 조현수씨(좌),노트북 브랜드 에이수스 기자간담회 현장.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AE는 어떤 일을 하나요.

(조) “AE는 고객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합니다. 고객사의 제품을 전략적으로 브랜딩 해 언론 등 여러 플랫폼에 소개하고, 이후 고객 반응을 분석하기도 하죠. 또 이벤트, 캠페인, 홍보 문구 등 전통적인 홍보 영역부터 자체 소셜미디어 채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의 디지털 PR 영역까지 맡아 다양한 전략을 세웁니다. 고객사의 전반적인 홍보 기획을 담당하는 셈이죠.”

(차) “AE는 고객사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해 주는 사람이에요. 기업의 칼럼, 공식 인사말, 보도자료 등을 기획하기 때문에 회사 철학, 대표 마인드, 비즈니스 비전 등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미션이 사람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하죠.”

-어떤 분야를 맡고 있나요. 또 기억에 남는 PR 활동이 궁금합니다.

(차)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는 자동차, IT, 소비재,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를 두고 있어요. 그중 현재 IT 및 뷰티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IT 브랜드로는 카메라 전문 기업 캐논, 태블릿 전문 기업 와콤, 노트북 브랜드 에이수스 등의 PR을 맡고 있어요. 뷰티 브랜드로는 닥터지, 리쥬란 코스메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입사 후 가장 처음 맡은 브랜드인 와콤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만 해도 와콤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사업 모델에 집중한 IT 브랜드였습니다. 디자이너 등 특정 전문가들이 쓰는 펜 태블릿 제품으로 알려져 브랜드를 대중화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어요. 전문가만 쓰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당시 인기였던 웹툰을 활용했습니다. 윤태호 작가, 박태준 작가 등 인지도 있는 웹툰 작가와 협업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어요. 디자인 산업에서 쓰던 제품을 게임, 교육, 문화 등으로 다양화하는 PR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시장 반응이 좋아 이후에는 이모티콘 작가, 영상 작가 등과 협업하기도 했어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와콤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닥터지’ 브랜드 모델 광고 촬영 현장,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또 뷰티 브랜드 중에서는 최근 닥터지의 PR 업무가 인상적이었어요. SNS 홍보 전략을 고민하던 중 닥터지의 타깃인 MZ세대의 특성과 트렌드를 반영해 콘셉트를 정했습니다. MZ세대가 SNS 채널을 하나의 놀이 문화로 생각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또 쌍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긴다는 특징도 중요했어요. 피부 고민 상담소라는 콘셉트로 고객의 피부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형태의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2017년 독일 폭스바겐 출장길에 오른 조현수씨(좌), 2020년 신형 투아렉 론칭행사(우).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조) “현재 PR 1팀 내에서 10여 년간 자동차 홍보를 담당하고 있어요. PR 1 팀은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 이탈리아의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 람보르기니, 독일의 트럭 브랜드인 만트럭 등의 홍보를 맡고 있습니다. 또 타이어 제조사인 미쉐린, 국내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 등 자동차와 관련한 브랜드도 담당하고 있어요.

입사 후 처음 맡은 자동차 브랜드는 폭스바겐이었어요. PR 전략 성공 사례가 많아지면서 입소문이 났고 자연스레 고객사가 늘었어요. 이후 람보르기니, 벤틀리, 만트럭, 미쉐린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업계에서 가장 큰 오토 홍보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입사 초기에만 해도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어요. 면허도 없었죠. 처음 접하는 분야여서 낯설었지만 일하면서 점점 자동차의 매력에 빠졌어요.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밤을 새우면서 공부했습니다. 자동차는 디테일한 기술적인 요소는 기본이고, 감성을 자극하는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원하는 가치나 감성을 잘 파악해 구매 욕구를 자극해야 합니다. 신차를 론칭할 때마다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자동차를 분석했고, 확실한 USP(Unique Selling Point·제품 고유의 강점)를 찾아 직관적으로 소개하고자 했어요. 자동차는 고관여 제품(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제품)이라서 메시지 전략을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 마케팅 성공 여부가 결정됩니다.

2020년 신형 투아렉 런칭행사 리허설에서 조현수씨(좌), 2021년 람보르기니 미디어 행사(우).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최근 폭스바겐에 제안한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광고 등에서 주의를 끌기 위해 쓰이는 문구)가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위한 ‘3A 전략’을 제시했었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수입차를 살 수 있고(More Accessible),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More Affordable), 첨단 안전 장비와 편의 품목은 더 많이 적용한다(More Advanced)는 내용이에요. 제안한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가 마음에 들어 할 때 정말 뿌듯해요. 폭스바겐은 10년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고객사에요. 담당자들과도 수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저희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고 믿어준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에 남는 활동이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내야 하는 업무 같아요. 어떤가요.

(조) “맞아요. 그래서 영감을 얻기 위해 쉬는 날엔 여행을 자주 다녀요. 또 전시회, 박람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걸 보고 경험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겨 친구들 사이에서는 ‘문화 포식자’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예요.”

(차) “일상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문화, 예술, 창작과 관련한 경험을 많이 하고자 해요. 관련 경험이 중요하다 보니 회사에서는 매년 120만원의 문화생활비를 지원해줘요. 틈나는 대로 전시회 등을 찾아다닙니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요.

(차) “최근 4년간 8개 브랜드의 비딩(bidding·입찰 경매) 제안서를 만들어 경쟁 PT(프레젠테이션)에서 직접 발표해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에요. 경쟁 PT란 여러 홍보 에이전시가 고객사를 상대로 제안서를 발표하는 경연 대회 같은 개념이에요. 여러 홍보 에이전시의 제안서 중 고객사의 고민을 해결할 전략과 아이디어가 담긴 제안서가 뽑히는 거죠. 직접 경쟁 PT를 한 8개 브랜드 중 유찰된 1개의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7개 브랜드를 모두 고객사로 유치했습니다.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간 직접 제안서를 만듭니다. 전략을 차별화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해요. 브랜드를 분석하고 더 좋은 전략을 짜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합니다. 회사를 대표해 서는 자리이다 보니 실수하지 않게 많은 준비를 하죠. 보통 경쟁 PT는 임원이 맡는 게 일반적이지만, 5년 전 차장급부터 실무자로서 직접 진행해왔어요. 진정성이 전해진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조) “포털사이트 내 자동차 관련 메인 페이지에 폭스바겐, 벤틀리, 람보르기니, 미쉐린 등 현재 담당하는 브랜드 이야기가 가득할 때 가장 뿌듯해요. 직접 구상한 뉴미디어 PR 전략으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세일즈에 기여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죠.

또 자동차의 경우 남녀노소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산업군이다 보니 론칭 행사의 규모가 커요. 대대적인 쇼를 준비하면서 이례적으로 철야 작업을 할 때가 있는데, 힘든 만큼 큰 보람을 느껴요.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때 가장 뿌듯합니다.”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의 조현수 부장.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일반적으로 관련 업계의 업무 강도가 세다고 알려져 있는데, 기업 문화가 궁금합니다.

(차) “10년 정도 일하면서 야근한 날은 손에 꼽는 것 같아요. 큰 행사가 있거나 업무가 몰릴 경우에만 늦게까지 일합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기업 문화로 인해 근무 시간은 정확하게 지키려고 해요. 또 교육, 자기계발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분위기라서 퇴근 후 취미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기업 문화 덕분에 대학원에 진학해 광고홍보학을 공부할 수 있었어요.”

(조) “직원이 오너쉽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에요. 현재 조직에 있는 구성원이 모두 2030세대이다 보니 업무를 강요하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위기예요. 또 수평적인 문화로 모두 존댓말을 쓰고 서로 존중하고자 합니다. 매년 퇴사율이 10% 이하에요. 자리 이동이 큰 업계 특성상 정말 적은 수치죠.”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의 차향미 부장.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보통 업계 초봉은 대기업 계열사 및 대형 광고 에이전시의 경우 약 4000만원 수준, 중소 광고 에이전시 경우는 약 2400만~3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연봉 상승률도 높지 않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홍보 에이전시에서 일한다고 하면 박봉에 시달린다는 인식이 있다. 이러한 편견을 깨고 두 사람은 현대 억대 연봉을 벌고 있다. 비결로는 회사의 확실한 보상 체계를 꼽았다.

(차) “회사에서는 현재 ‘파트너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요. 고객사로부터 발생하는 회사 매출의 일정 부분을 파트너(직원)가 배분받는 구조에요. 에이전시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체계죠. 회사가 공정한 보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개인 성과에 대해 확실한 보상을 해줍니다.”

(조) “이오스는 기본 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성과 보상제도가 있어 더 적극적으로 일합니다. 개인의 성과가 곧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요. 실제로 이런 보상 체계가 회사 성장에도 큰 성장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인 2017년과 2021년 상반기를 비교하면 클라이언트 운영 규모가 4년 만에 108% 늘었어요. 직원 수는 83% 늘었습니다. 파트너 뿐만 아니라 연말엔 전체 직원들에게도 보상을 해 줘서 전사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2020년 나트랑 워크샵 모습. /이오스커뮤니케이션스 제공

-AE를 하기 위한 조건이 있나요.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요.

(조) “특별한 조건은 없어요. 출신 학과도 다양해요. 언론과 관련이 있어 광고홍보학이나 신문방송학 전공자가 많지만, 경제학, 프랑스학, 중어중문학 등 다양한 전공자가 있어요. 또 기업과 소비자, 언론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직무라서 친화력이 필요해요. 또 기획 기사나 칼럼, 대표 인사말 등 다양한 자료를 작성하기도 해서 작문 실력이 좋으면 업무가 수월할 수 있어요.

(차)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글쓰기라고 생각해요. 기업의 철학이나 추구하는 방향 등을 대신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제된 작문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또 업무를 할 때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게 중요하다 보니 창의력과 사회 트렌드를 보는 안목도 중요해요. 또 다양한 전략을 짤 수 있는 기획력 등도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차) “담당하고 있는 IT 브랜드의 성공적인 PR 경험을 토대로 뷰티 브랜드의 고객사 군을 확장해나가고 싶습니다. 또 리더로서 9명의 팀원을 잘 이끌고 싶어요. 팀원 모두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고,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 현재 새로운 팀원을 채용 중인데, 좋은 인재를 채용해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 “브랜드 디지털 PR 관련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팀 내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팀원들 개개인의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동기부여를 잘해주고 싶어요. 또 새로운 고객사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생각이에요. 내년에는 MBA 과정에도 도전해 역량을 더 키울 계획입니다.”

글 jobsN 임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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