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짜증나는 먹는 걸로 장난치는 이곳

맥도날드 폐기 빵 재사용, 마녀김밥 식중독

연이은 식품 위생 사고, 소비자 불안감 커져

재발 방지 위한 근본적인 대책 시급

‘무 닦다 발 닦던’ 서울 소재 족발가게의 위생 논란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맥도날드 유효기간 지난 재료 재사용하고 분당 김밥집 식중독 사태 등 식품 위생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연예인 맛집 등 믿고 먹던 업체의 배신에 불안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음식 먹기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식품 위생 사건이 잊을만 하면 터진다는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맥도날드가 또? 유효기간 지난 ‘폐기 대상’ 빵 사용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유효기간이 지난 폐기 대상 식자재에 스티커를 새로 부착해 재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공익신고자 A씨는 서울의 한 맥도날드 매장이 지난 1월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폐기해야 할 햄버거 빵 등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해왔다고 고발했다.

맥도날드는 최근 폐기 용 빵을 재사용해 논란이 됐다.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을 즉각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해당 매장은 유효기간을 표시하는 스티커를 새로 뽑아 덧붙이는 일명 ‘스티커 갈이’ 방식으로 식자재를 재활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맥도날드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각종 점검 제도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맥도날드가 폐기대상 식자재 재사용과 관련해 직원들을 징계하면서 해당점포의 점장이나 책임자 등을 제외하고 아르바이트 직원만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9년 위생 논란에 휩싸인 후 전국 매장의 주방을 오픈해 조리 과정을 공개했던 맥도날드.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지난 2019년에도 위생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시민단체가 벌레와 함께 튀겨진 치즈스틱, 덜 익은 버거, 곰팡이가 핀 토마토 사진 등을 공개하며 위생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한국맥도날드는 2019년 11월 위생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국 모든 매장의 주방을 오픈해 조리 과정을 공개하는 ‘주방 공개의 날’ 행사를 열었다. 해당 행사에서 특별히 강조해 홍보한 것이 2차 유효기간이었다. 당시 한국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을 자동 계산해 스티커로 출력하는 2차 유효기간 프린터 등을 공개하며 “2차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는 즉각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에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사태도 있었다. 한 부모는 2016년 자녀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뒤 햄버거병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며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17년 고소했다. 이후 비슷한 증상을 주장하는 이들이 늘면서 햄버거병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와 질병 간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후 맥도날드에 오염된 패티를 공급한 업체가 적발되고 시민단체 등에서 고발, 항소하면서 맥도날드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200명 넘게 식중독 증상, 마녀김밥 사태

김밥 프랜차이즈 업체 청담동 마녀김밥에서는 식중독 사태가 벌어졌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매장 2곳을 이용한 276명의 고객들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다. 지난 8월2일부터 4일까지 판매된 김밥은 약 4200여줄에 달한다. 지난달 중순에는 서울 지점에서도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점이 한 업체로부터 제공받은 달걀이 식중독 원인으로 꼽혔으며 보건당국은 살모넬라균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청담동 마녀김밥은 공식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에 사과문을 올리고 “결과가 나온 대로 처분을 달게 받겠다. 두려운 건 사실이지만 피하거나 숨지 않겠다”며 “피해를 입으신 마지막 한 분까지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식중독 사태에 대한 마녀김밥의 사과문. /청담동 마녀김밥 홈페이지 캡처

청담동 마녀김밥은 개그맨 김원효와 심진화 부부가 일부 매장을 운영 중이고, 방송에서 소개될 정도로 ‘연예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평소에도 일부 매장은 줄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식중동 사태 이후 김원효, 심진화 부부는 SNS를 통해 “마녀김밥을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께 죄송합니다”라며 “저희도 마녀김밥을 함께 하는 사람들로서 진심어린 사과말씀을 드립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사고가 발생한 지점과는 관련이 없지만 마녀김밥이 자신들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만큼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사과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살모넬라균은 기온과 습도가 높은 8~9월에 오염된 달걀이나 쇠고기, 닭고기, 우유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할 경우 복통과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식재료를 완전히 가열하지 않았거나 오염된 식재료를 만진 후 세정제로 손을 씻지 않고 다른 식재료나 조리도구를 만져 ‘교차오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프랜차이즈도 도마에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위생관리 소홀도 도마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식용얼음, 아이스크림 등 여름철에 소비가 많은 식품 686건에 대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대상은 커피전문점에서 만드는 제빙기 식용 얼음, 아이스크림, 컵 얼음, 더치커피, 과일주스 등이다. 식약처는 대장균군, 세균수 기준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얼음에서 세균이 검출되는 등 위생 논란이 불거졌다. /픽사베이

적발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 중에는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메가엠지씨커피, 커피베이, 카페베네 등이 포함됐다. 서울의 한 이디야커피 매장 제빙기 얼음에서는 1mL당 5400개의 세균이 검출돼 기준치인 1000개 이하를 훌쩍 넘어섰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투썸플레이스 매장 얼음에서는 과망간산칼륨 소비량이 1ℓ당 24.3mg이 검출돼 기준치인 10mg을 상회했다. 과망간산칼륨 소비량은 먹는 물, 식용얼음 검사 시 유기물의 오염 정도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식약처는 이들 업체에 대해 즉시 개선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칼 빼든 식약처, 프랜차이즈 업체가 선제 조치 나서기도

식품 위생 사건이 잇따면서 식약처가 9일부터 20일까지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김밥 등 분식 취급 음식점 위생관리 실태 집중 점검에 나섰다. 이번 점검은 당초 4분기에 계획된 점검 일정을 3분기로 앞당긴 것이다. 점검 대상은 프랜차이즈 분식 취급 음식점, 식중독 발생 또는 부적합 이력이 있는 분식 취급 음식점 등 약 3000여곳이다.

음식점 위생관리 실태 집중점검에 나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약처는 “이번 점검으로 김밥 등 국민 다소비 분식류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고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등 엄정하게 조치해 안전한 먹거리 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가 어쩌다 발생한 해프닝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가 식재료 관리와 가맹점 교육을 등한시하면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각종 원료나 반조리식품은 본사에서 공급하며 일정 기간 보관 후 가맹점으로 배송된다. 따라서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음식점과는 달리, 프랜차이즈업은 본사에서 전국 유통망을 통해 식재료를 공급하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발생하면 전국적인 식품 사고로 확산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업체들이 품질 관리에 나섰다. 맘스터치는 최근 품질 경영 관련 전담 부서를 확충했다. 제조 매뉴얼 준수 여부, 개인위생관리, 매장환경관리 등을 관리하는 점검 프로그램을 운영하하기 위해서다. 맘스터치는 향후 자체 내부 위생 점검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철저한 이중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판매 메뉴에 대해서도 미생물 수거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bhc치킨은 2018년 말 가맹CS팀 내 품질관리 담당 부서인 QCS 파트 신설 후 전국을 누비며 품질관리에 나섰다. QCS 부서에선 원부재료 보관법, 냉장·냉동고 온도 등 재료 관리 매뉴얼과 유니폼 착용, 매장 내·외부 및 주방 청결도 등 개인·매장 등에 관한 전반적인 위생 점검과 교육을 진행 중이다. 매장 관리는 전 지점을 대상으로 한다. 서울, 부산, 광주 등을 돌며 매달 180여개 매장을 점검하고 있다.

아워홈는 최근 자사 식품연구원 내 식품안전센터를 출범시켰다. 기존 3개팀으로 나눠 운영하던 분석연구, 안전, 위생관리 팀을 통합해 부서간 유기적인 협업을 도모해 한층 강화된 통합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아워홈 식품안전센터는 전국 850여개 구내식당과 22개 제조·물류 시설에 대한 위생·안전관리를 담당한다. 동시에 아워홈이 생산, 구매해 유통하는 전 식재료에 대한 품질·위생 관리도 전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위생 문제가 한번 불거지면 소비자들은 비슷한 업종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기피현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들의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식품 위생과 안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글 jobsN 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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