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같은 채소” 농담에 막창집 사장이 벌인 일

‘밥상 위에 오른 김치찌개에서 돼지고기만을 뒤져 먹는 그녀. 떡국이 올라와도 그 위에 얹힌 양념 고기만 덜어 먹고 숟가락을 놓아버리는 그녀’ 김이태의 소설 ‘식성’에 나오는 두 자매 중 언니의 식습관을 묘사한 글이다. 우리 주변엔 밥상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먹을게 없다’며 조금만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SY솔루션(미트체인지) 박서영(39) 대표의 가족 역시 채소보다는 고기를 좋아했다. 김치보다 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횟수가 더 많았다. 집에 고기전용 냉동고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박 대표가 하는 일은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일이다. 소문난 고기 사랑꾼이 어째서 고기 아닌 고기를 만드는 걸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찰특공대 꿈꾸다 막창집 사장님으로

SY솔루션은 2017년 문을 열었다. 식물성 고기를 취급하는 대체육 시장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을 정도로 크지 않지만 당시에는 더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었다. 박 대표도 이전에는 다른 일을 했었다.

박서영 대표./ SY솔루션

학창 시절 꿈은 경찰특공대였다. 대학 전공도 경찰행정학을 전공했다. 특공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고향 청주에서 서울까지 매주 사격 연습을 다니기도 했지만 붙진 못했다. 대신 사격장에서 연을 맺은 외국계 PT(개인 트레이닝) 회사 이사의 스카웃 제의를 받아 2004년부터 트레이너로 활동했다. 운동을 잘 가르친다는 소문에 회원들이 줄을 섰다. 최연소 팀장으로 승진해 새로 문을 여는 대구 지점 책임자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막창을 만났다.

“대구에서 먹어본 막창이 너무 맛있었습니다. 충격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원래 창업 생각이 있진 않았는데 직접 맛있는 막창을 만들어 가게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길로 바로 사표를 내고 막창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그는 막창집을 운영했던 사람에게 손질법과 레시피를 배웠다. 하지만 막창 특유의 냄새를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머니와 3개월 동안 매일 막창 손질과 레시피 개발에 매달렸고 마침내 문제점을 해결했다.

“막창은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역한 냄새가 나 먹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깨끗하게 손질하고 잡내를 잡는 수밖에 없었죠. 잡내 없이 부드럽고 고소한 막창 맛이 나올 때까지 숙성 방식과 특제소스(키위와 천연재료 등을 섞어 직접 만든 소스)에 변화를 줘가며 만들어봤습니다. 그 결과 다른 막창집들과는 다른 맛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막창집을 운영하던 당시의 박서영 대표./ SY솔루션

2007년 청주의 한 주택가에 막창집 문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택시 기사들을 상대로 막창 맛을 보여주고 국수를 말아주며 홍보를 부탁했다. 가게는 점점 입소문을 타며 매출을 불려 나갔다.

경남 거창에 사는 한 부부가 박 대표의 막창을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다며 거창에 체인점을 낼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해오기도 했다. 이 제안을 계기로 지점도 하나둘 늘려나갔다. 결국 박 대표의 막창가게는 창업 4년 만에 전국 36개 지점에서 연 매출 46억원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어머니 건강 악화, 시장 변화 계기로 대체육에 관심

단기간에 성공을 이뤄냈지만 복병은 있었다. 2011년 일어난 구제역 파동이었다. 구제역은 소, 돼지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게 퍼지는 감염병이다. 당시 정부는 350만여 마리의 소, 돼지 등을 살처분했다. 자연히 막창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사업에 잡음이 생겼다.

그러던 중 어머니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고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식단관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머니 또한 박 대표 못지않게 고기를 좋아하던 터였다. 마침 10년 넘게 고기를 취급하면서 대체육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던 때였다. 그는 2017년 회사 운영을 아버지께 맡기고 SY솔루션을 창업했다.

“건강 악화로 식단관리가 필요한 어머니와 채소도 고기 같았으면 좋겠다는 조카들의 농담도 새 사업을 시작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했던 건 고기를 좋아하면서도 건강을 생각해 고기를 대체할 만한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장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육가공 전문가로서 가장 맛있는 대체육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식물성 고기 거부감 주범 ‘콩 비린내’ 잡고 패티 개발

현재 대체육의 주원료는 콩단백(Textured Vegetable Protein)이다. 쉽게 말해 콩으로 만든 고기다. 동물성 단백질 대신 이 콩단백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진다는 여러 연구가 있다. 그만큼 건강에 좋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콩 자체가 가진 비린내다. 이 콩 비린내 때문에 식물성 고기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식물성 고기를 개발 중인 박서영 대표./ SY솔루션

“콩 비린내를 잡기 위해 콩을 물에 불리고 물을 빼는 작업, 숙성 방식과 시간 등 콩 비린내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하나하나 바꿔가며 테스트를 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실험 끝에 결국 비린내가 나지 않는 생산법을 찾아냈습니다.”

가장 큰 문제였던 콩 비린내를 잡은 이후 개발은 날개를 달았다. 육즙이 없어 퍽퍽한 콩고기에 새송이버섯과 천연 재료를 알맞은 비율로 배합해 고기와 같은 쫄깃함과 찰기를 더하는데도 성공했다.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 패티 제품을 소개하는 박서영 대표./ SY솔루션

유전자 변형이 없는 질 좋은 콩으로 만든 고기에 새송이버섯과 감자, 당근, 브로콜리, 마늘 등을 더한 100% 식물성 원료만로 만든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 패티’는 그렇게 탄생했다. 최고의 대체육을 개발하겠다며 4년 가까이 개발에 매달린 끝에 거둔 결실이었다.

농부가 씨를 뿌린 패티를 먹는 아이들./ SY솔루션

-농부가 씨를 뿌린 고기 패티의 주 소비자층은요?

“이 제품은 편식하는 아이들을 겨냥해 만든 채소 패티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칼슘, 비타민 C와 D, 마그네슘, 아연 등이 들어있고 고기 맛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편식 아이가 있는 가정의 부모와 아이들 622명을 대상으로 시식 평가를 진행한 결과 81.3%가 다시 사 먹고 싶은 제품이라는 의견을 줬을 만큼 맛도 좋습니다. 단백질 함량은 많은데 포화지방은 낮고, 콜레스테롤과 트렌스지방은 없어 식단관리를 하는 분들도 많이 구매합니다. 체질적으로 고기 소화가 어려운 분들도 많이 찾습니다.”

고기없는 돈까스 ‘팜까스’./ SY솔루션

-고기 없는 돈까스 제품도 새로 내놨다고요.

“돼지고기 대신 식물성 고기를 넣어 만든 ‘팜까스’라는 제품입니다. 돈까스는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편식하는 아이들을 타켓으로 식물성 고기를 만든 만큼 아이들이 더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기존의 식물성 패티를 튀겨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 역시 튀김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100g당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이 0g 일 정도로 기존 돈까스 제품에 비해 건강에 좋습니다. 칼로리도 20% 정도 낮습니다. 그대로 튀겨 먹어도 좋고 햄버거 빵이나 식빵 사이에 넣거나 덮밥, 김밥, 샐러드를 만들 때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 매출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난 4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출시 첫 해지만 일반 고객 대상 판매(B2C)는 물론 기업 대 기업으로의 유통(B2B) 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올해 1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현재 대체육은 채식주의자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제 최종 목표는 일반 소비자들이 대체육을 고기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맛있는 대체육으로 많은 이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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