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실패하고 홧김에 데뷔했다는 배우가 다시 붓 들자 벌어진 일

연예인 출신 화가들을 두고 작품성보다 인지도로 작품의 가치를 올린다는 비판이 어이지는 요즘, 화가 데뷔 3개월 만에 그림 32점을 완판시킨 배우가 눈길을 끕니다. “또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전시장에 들렀다가 놀라운 작품 완성도에 빠지게 된다는 주인공은 17년 차 배우 박기웅인데요. 최근 박기웅의 두 번째 개인 전시회에 공개된 작품 33점 가운데 32점이 이미 주인을 찾았고 마지막 1점은 경매로 판매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술계 안팎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해당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는 스스로를 “기웅이 고등학교 미술부 친구”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의 댓글이 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네티즌은 “인성도 좋고 그림도 정말 잘 그리던 친구다. 성인이 되어 연예계에 발 들였지만 다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니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응원했습니다.

실제로 박기웅은 17년 동안의 연기 활동보다 더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온 미술학도입니다.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9년 동안 꾸준히 그림을 공부한 미대 출신. 다만 학창 시절 전국 대회 수상을 휩쓸 정도로 촉망받던 박기웅은 운이 나쁘게도 대학입시에 실패하면서 미술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요. 결정적으로 붓을 내려놓고 연예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 박기웅은 이국적인 외모 덕분에 늘 “혼혈이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번은 63빌딩 뷔페에서 엄마가 그를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국제결혼 부부 모임의 관계자가 어린 박기웅을 데리고 있을 정도였지요.

가족 모두가 이국적인 외모라는 박기웅은 안동에서 지내던 학창 시절 그 인기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습니다. 혼혈이 의심될 정도로 뚜렷한 이목구비와 서글서글한 성격, 그리고 미술 입시를 준비하면서 육상부와 밴드부 보컬까지 하는 고등학생 오빠가 인기가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당시에 대해 박기웅은 “난 4대 천황이 아니었다. 4대 천황이 있고 난 신계였다. 진짜다”라며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에 초콜릿을 받으면 이듬해 그날까지 다 못 먹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고등학교 때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여고 스쿨버스가 지나가는데 버스는 앞으로 가는데 여학생들은 계속 뒤로 갔다. 날 보려고 계속 뒤로 온 거다”라고 말했는데요.

박기웅이 고등학교 때 그린 그림

미술 실력 역시 특출나서 전국 모의고사에서 연필 데생을 하면 항상 전국 10등 안에 드는 A 플러스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고2 때 그린 영화 ‘친구’와 ‘동감’의 포스터 속 장동건, 유오성, 유지태의 모습은 사진이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사실적.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고등학교 내내 예체능 과목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미술 실력을 인정받아온 박기웅은 거짓말처럼 입시에 실패했습니다. 목표로 하던 대학 입학에 실패한 박기웅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면서도 자존심이 상해 마음을 잡지 못했는데요. 이때 한 소속사 매니저를 통해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고 홧김에 “돈 많이 버는 연예인이나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연예계 진출을 준비했습니다.

데뷔 전 모습

다만 학창 시절 안동에서 누리던 인기를 기준으로 연예계에 데뷔하는 즉시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박기웅은 데뷔를 준비하기 위해 연습실에 들어서는 순간 좌절했습니다. 외모로 신계를 자처했던 박기웅의 눈에도 연습실에 모인 배우 지망생들은 모두 엄청난 미모였고 마치 ‘아테네’에 온 듯 기가 죽은 것이지요.

박기웅의 걱정과 달리 그는 주인공을 맡으며 데뷔했습니다. 당시 소속사와 협력사인 일본 매니지먼트에서 한국 배우를 구한다는 연락을 받고 참가한 오디션에 합격해 일본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인데요. 해외 작품의 주인공으로 특별하게 데뷔했지만 실제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는 따로 있습니다.

스카이 광고(2006)
비타 500 광고(2006)

바로 2006년 스카이 휴대폰 광고 속 ‘맷돌춤’을 추면서부터이지요. 푸시캣 돌스의 ‘Don’t Cha’에 맞춰 목을 돌리면서 춤을 춘 박기웅은 해당 광고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덕분에 이전까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병행해 오던 미술학원 강사 생활을 그만 둘 수 있었습니다.

영화 싸움의기술(2006)

또 박기웅은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하고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작한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신인시절부터 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덕분에 연기력 논란을 거치지 않은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화 ‘싸움의 기술’과 드라마 ‘별순검’을 통해 신인배우로서 눈길을 사로잡더니 매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2~3작품에 출연하면서 필모를 쌓아갔지요.

드라마 각시탈

특히 2010년에는 드라마 ‘추노’의 후반부에 등장해 반전의 두 얼굴을 연기하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는 청나라 인물로 등장해 만주어를 소화했고 드라마 ‘각시탈’에서는 일본인 역을 맡아 순수한 청년에서 악역으로 변신하는 흑화 캐릭터를 소화했습니다.

영화 은밀하게위대하게

다만 눈에 띄는 비주얼에 선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대중적이고 편안한 캐릭터의 로맨틱 장르보다 강렬하고 개성이 강한 배역을 자주 맡아서일까요? 박기웅은 외모와 연기력에 비해 참 ‘안 뜨는’ 배우로 꼽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박기웅은 영화 ‘은밀하게위대하게’에서 김수현, 이현우와 함께 주연을 맡은 것 외에는 50부작 드라마 ‘몬스터’,  드라마 ‘리턴’ 등 주요작에서 대부분 악역을 맡았습니다.

드라마 리턴(2018)

이에 대해 박기웅은 “1년에 서너 작품씩 연기한 적도 있다.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이제 큰 기준이 생겼다”라며  “주인공만 하고 싶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분량이 많고 적음보다 극이 재미있는 게 우선이다”라고 전했습니다.

드라마 신입사관구해령(2019)

욕심을 내려놓으면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요. 2019년 출연한 드라마 ‘신입사관구해령’을 통해 박기웅은 “박기웅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악역을 벗어나 무게감 있고 신뢰감을 주는 왕세자 역을 맡은 박기웅은 압도적인 연기력과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특히 안정감 있는 발성과 대사전달력 덕분에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데뷔 16년 차에도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으면 울컥한다. 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런 평을 들으면 감동이다”라고 밝힌 열정 넘치는 배우 박기웅은 지난해 드라마 ‘꼰대인턴’ 출연 이후 한동안 활동이 뜸했는데요.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배우 박해진의 소개로 만난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 황지선 대표와의 인연으로 첫 전시회에 도전했습니다.

개인SNS를 통해 공개한 작품들

그림에 진심이기 때문에 “붓을 한 번 터치할 때마다 정말 괴로워하고 무섭다”는 박기웅은 전시 여부에 큰 부담과 고민을 가지고 있었지만 황지선 대표의 응원으로 힘을 얻었습니다. 용기를 가지고 내놓은 그의 작품은 지난 3월 ‘한국회화의 위상전’에서 K아트상을 받으면서 공식 인정받았고 덕분에 이번 달 19일부터 두 번째 전시회까지 열 수 있었습니다.

instagram@oopkwoo

전시장을 직접 방문한 관람객들이나 온라인상으로 박기웅의 작품을 접한 네티즌들 모두 하나같이 내놓는 반응은 “취미로 미술을 하는 연예인들과는 다르다”라는 것. 배우 박기웅의 미술활동이 아니라 화가 박기웅의 정식 데뷔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인데요. 반면 박기웅은 “화가는 아직 ‘지망생’이다. 화가가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면서 겸손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겸손한 화가 박기웅의 작품을 조금 더 볼까요?

개인SNS를 통해 공개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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