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망했던 그들이 수천억 대박 터트린 이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격언이 있다. 하지만 실패는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한번 두번 자꾸 실패를 거듭하다보면 대부분 사람들은 포기해버린다. 그러나 여러차례 실패를 거듭해 막판까지 밀려났다가 한번 더 도전해 결국 큰 성공을 거둔 창업자들을 찾아봤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제공

서바이벌 슈팅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첫 출시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서비스 시작 3일 만에 손익분기점(40만장)을 돌파했고, 보름이 지난 후에는 100만장이 팔렸다.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는 4년 후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모바일 가입자만 3000만명이 넘는다. 전세계 누적 가입자 수는 10억명 이상이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빠르면 올해 7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적은 희망공모가는 최저 45만8000원에서 최고 55만7000원이다. 45만8000원으로 공모가가 정해져도 회사 시가총액이 23조원 수준이다. 대형 게임사인 엔씨소프트(18조원), 넷마블(11조5000억원), 카카오게임즈(4조2000억원) 보다도 큰 금액이다.

◇15년간 세 번의 실패..게임 한 길만 걸어 7000억원 ‘잭팟’

배틀그라운드를 기획해 지금의 크래프톤을 만든 김창한(47) 대표는 사실 성공보다는 실패 경험이 더 많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KAIST)에 다니던 시절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15년간 총 세 편의 게임을 만들었지만 모두 망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은 승진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리던 때였다. 항상 바닥부터 시작해 다시 바닥을 치는 자신의 현실과는 너무도 달랐다. 가족마저 기대를 접을 때쯤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심정으로 새 게임 개발 기획서를 썼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위한 기획서였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tvN ‘유퀴즈온더블록’ 방송화면 캡처

2015년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의 공동 창업자들을 찾아가 개발하자고 설득했다.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총괄 프로듀서로서 개발에 돌입했다. 그는 유행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이전의 게임들과는 달리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개발에 임했다.

FPS(총싸움) 게임에 배틀로얄 룰을 최초 도입한 브렌든 그린(Brendan Greene)을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영입했다. 배틀로얄이란 프로레슬링의 규칙에서 따온 것으로 여러 사용자들이 실력을 겨뤄 단 한 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총괄인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는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의 의견을 최우선했다. 그렇게 만든 배틀그라운드는 그에게 성공을 안겨줬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은 사실 포기 직전에 온 대반전”이라며 “좋아하는 걸 계속 파다 보면 빛 보는 날이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유저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해 빛을 본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 덕분에 주식 부호 반열에 입성할 전망이다. 이번 상장이 원활하게 이어진다면 그는 7000억원을 한번에 거머쥔다. 상장 후 그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3000억원으로 뛴다. 또 그는 4000억원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다. 게임 하나로 어마어마한 부를 이룬 셈이다.

◇10번의 사업 실패 후 11번째에 이룬 성공..글로벌 회사와 2조원 ‘빅딜’까지

게임 하나만을 파고든 김 대표와는 달리 물이 나오는 곳을 찾을 때까지 여러 우물을 파 큰 성공을 거둔 창업자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40) 대표다.

아자르./ 하이퍼커넥트 제공

그가 시작한 실시간 영상 채팅앱 ‘아자르(Azar)’는 낯선 사람과 1대1 대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세계 230개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2019년 구글 플레이 전세계 비 게임앱 매출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중동에서 인기가 높다.

아자르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글로벌 최대 데이팅 앱 ‘틴더’는 약 2조원에 하이퍼커넥트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매각 규모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4조7500억원) 인수에 이은 국내 역대 두 번째 빅딜이다.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 조선DB

서울대 출신인 안 대표는 그동안 총 10번 사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IT 컨설팅업체, 인터넷 검색업체부터 김밥집, 옷가게, 사진 스튜디오 사업 등을 해봤다. 특히 검색업체 운영을 접을 땐 8억원이라는 큰 빚이 남았다.

어렵게 빚을 갚으면서 생활하던 중에도 그는 뜻이 맞는 동료와 함께 채팅 앱 6~7개를 만들어 테스트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영상 채팅 앱의 가능성을 본 그는 아자르를 개발했다. 2013년 11월 출시한 이 서비스는 8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11번의 도전 끝에 맛본 성공이었다.

그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 3인의 지분은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틴더 인수금액을 생각하면 그의 재산은 수천억원대로 봐야 한다. 여러 번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다시 도전한 그의 끈기와 열정이 일군 수확이다.

◇물리학 전공한 개발자, 여성 패션 플랫폼 만들어 연 매출 7500억원 달성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해 성공한 사업가도 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의 서정훈(44) 대표다. 서 대표는 물리학을 전공한 개발자 출신이다. 그도 지그재그 이전 두 번의 사업 실패 경험이 있다.

지그재그 서정훈 대표./ 조선DB

지그재그는 출시후 매해 무서운 매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카카오가 인수를 결정했다. 업계가 예상한 지그재그의 기업 가치는 1조원 수준이지만 정확한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서 대표는 휴대폰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 2004년 입사했다. 개발팀장으로 일하던 중 회사가 설립한 자회사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7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3년 만에 직원 수 50명, 연 매출 100억원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서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끈 경험이었다. 그는 “3년 동안 회사가 크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런 게 경영인인가’를 느꼈다”며 “전혀 창업할 생각이 없었는데 회사가 준 기회를 통해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잡스엔에 말했다.

서 대표는 2012년 뜻이 맞는 개발자 한 명과 함께 나와 회사를 세웠다. 스포츠팀을 관리하는 서비스와 영어사전 앱을 만들었으나 사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함께했던 직원들도 다 떠나고 처음 시작한 동료와 둘만 남았다. 서 대표는 “그만할까 생각했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엔 결과적으로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 셈이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자는 두 가지 욕심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고 했다.

지그재그./ 지그재그 제공

서 대표는 욕심을 버리고 다시 출발했다. 여성 쇼핑몰을 운영하던 친구의 사무실에 방문했다 지그재그 창업 아이디어도 얻었다.

이용자 유입경로를 우연히 본 것이 시작이었다. 모바일은 네이버를 통해 많이 들어왔지만, PC는 의외로 북마크를 통한 유입이 1위였다. 북마크가 편하긴 하지만 모바일에선 북마크로 쇼핑몰을 찾아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여성 쇼핑몰을 북마크처럼 한데 모아놓은 앱 지그재그를 개발해 2015년 출시했다.

사용자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해 내놓은 지그재그 앱은 2016년 2000억원에서 시작해 지난해 7500억원까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성장했다. 현재 한 달 이용자 수는 약 300만명이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3000만회다.

지그재그는 국내외 50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카카오톡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최대화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카카오 인수 후에도 계속 대표 자리를 유지할 예정이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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