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돈은 충분하다. 이제는 문화 도시로”

-중동 최대 도서관 ‘무함마드 빈 라쉬드 라이브러리’ 가보니

 작업의 능률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펴놓고 작업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약간의 백색소음이 들리는 공간이 조금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오래 앉아있지는 않는다. 보통 한두 시간 정도면 자리에서 일어나니 말이다.

<두바이에 위치한 '무함마드 빈 라쉬드 도서관 (Mohammed Bin Rashid Library)' 전경>

 그런 내게 있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무함마드 빈 라쉬드 라이브러리 (Mohammed Bin Rashid Library)’는 오래전부터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두바이에 2020년부터 이 도서관이 위치한 동네에 이사를 와서 살고 있는데, 벌써 새 건물은 다 올라갔는데 도통 개관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왜 저 도서관은 벌써 다 지어졌는데 도대체 왜 개관을 안 하는 것인가?’
 이렇듯 항상 집 앞을 지나칠 때마다 큰 책을 펼쳐놓은 듯한 흰색 건물을 보고 나를 애달프게 했던 이 도서관이 드디어 2022년 6월 일반 대중에게 공개가 됐다. 완공은 훨씬 오래전인 약 3년 전부터 됐으나 그동안 추가 공사를 하고 갑자기 또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등 계속 개관이 미뤄지다가 이뤄진 것이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 앞 입구>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은 지난 2016년 2월 1일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부통령의 지시로 착공됐다. 중동-북아프리카를 포함하는 ‘메나(Mena)’ 지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서관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도서관 안을 둘러보고 있는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의 모습 / 출처=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 트위터>

기존의 나무 플랫폼에 놓인 거대한 펼쳐진 책과 유사한 디자인은 건축 경이로움의 안식처로서의 또 하나의 두바이 랜드마크가 될 준비를 마쳤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 도서관은 두바이 알 자다프(Al Jaddaf)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약 1,000명의 손님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54,000제곱 미터의 땅에 걸쳐 있다.

<입구는 나무로 구성돼 있고 안에 유리 문이 열리면 도서관으로 진입할 수 있다>

무함마드 빈 라쉬드 라이브러리의 개관시간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 (월, 화, 수, 목, 토) 그리고 오후 2시부터 밤 9시 (금) 이렇게 된다. 일요일은 휴무다. 도서관이라서 입장료는 없으나 한정된 인원을 수용하기 때문에 도서관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서 미리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 한번 들어가면 몇 시간까지 있어야 한다는 제약은 없으니 자유롭게 머물다 나오면 된다.

<널찍한 공간 벽면을 가득 메운 책의 모습. 직접 가서 보면 참 멋있다>

처음 이곳에 들어가 보고 느낀 점은 ‘진짜 크고 깨끗하다’란 느낌이었다. 10억 디람(약 2억 7,230만 달러)을 들여 건설된 모하메드 빈 라시드 도서관에는 일반 도서관, 에미레이트 도서관을 포함한 모두 9개의 전문 도서관과 청소년, 어린이, 특별 컬렉션, 지도 및 지도책, 미디어 및 예술, 비즈니스 및 정기 간행물 등이 있다.

<한 관람객이 도서관 안을 주의 깊게 둘러보고 있다>

안에 들어가면 우선 커다란 위층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이는데, 속이 다 투명하게 뚫려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양쪽 끝 벽을 가득 메운 책들이 도서관 방문객을 맞이해준다. 로비 한가운데는 카메라로 현재 지나가고 있는 내 모습을 찍는 장치도 돼 있다.

<안에 들어가면 우선 커다란 위층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이는데, 속이 다 투명하게 뚫려 있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지난 2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중동 순방길에 이 도서관에 들려 훈민정음해례본(영인본)과 김치·한복 관련 서적을 기증해서 뉴스를 타기도 했다. 당시 김 여사는 교류식에서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 K-콘텐츠에 대해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라며 “중동 최대 규모의 MBR 도서관이 한국 문화와 한국학 콘텐츠를 전파하고 확산시키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도서관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모하메드 빈 라시드 도서관은 7층 높이다. 또한 2층짜리 카페와 아름다운 정원, 500명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이 있다. 백만 개가 넘는 인쇄물 및 디지털 서적, 6백만 개가 넘는 연구 기사, 73,000개 이상의 악보, 75,000개의 영화, 거의 13,000개의 기사, 5,000개 이상의 역사 인쇄 및 디지털 저널, 약 35,000개의 인쇄 및 디지털 신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도서관 열람실에는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누구든지 와서 편하게 독서에 빠질 수 있다>

 도서관 측은 향후 자동화된 보관, 전자 도서 검색 시스템, 셀프서비스 키오스크, 도서 디지털화 시설, 방문자를 지원하는 지능형 로봇 등 현대 기술과 인공 지능을 사용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요즘 대세인 환경보전에 대한 노력도 이 도서관에서 눈여겨볼 점이다. 요즘 지어지는 건물들의 테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얼마나 더 환경친화적인가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가. 이 도서관의 경우엔 지붕에 장착된 태양광 패널이 건물 에너지 요구량의 10%를 제공한다고 한다.

<도서관 7층까지 연결돼 있는 엘리베이터>

도서관 측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물 사용량을 50% 줄이면서 내부를 열로부터 보호하고 시원한 온도를 유지한다.”라며 “천장의 창문은 자연 채광을 받아 사용하는 전기의 양을 상당히 줄여주고 재생수는 인근 공장에서 사용되어 물 사용량도 줄인다”라고 밝혔다.

<샤르자에 위치한 '지혜의 집(The House of Wisdom)' 도서관>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로컬들 사이에서는 두바이보다는 옆 동네 ‘샤르자(Sharjah)’가 지금까지 출판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샤르자에는 세계 출판 비엔날레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이미 ‘지혜의 집(The House of Wisdom)’이란 훌륭한 도서관도 있고, 출판 관련 자유경제 무역 지대도 있을 만큼 경제 활동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두바이의 이미지는 화려함과 럭셔리함 그리고 축제가 항상 있고 불이 꺼지지 않는 부자의 도시 유흥의 도시 아니던가. 어쨌든 이번 무함마드 빈 라쉬드 도서관의 개관으로 샤르자가 지난 2020년 12월 개관했던 지혜의 집 (House of Wisdom)과 함께 UAE를 대표하는 양대 도서관이 됐다.

<화려한 두바이 다운타운의 모습. 과연 두바이는 돈 많은 부자도시를 넘어서 소프트파워가 있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

 과연 두바이는 돈 많은 부자도시를 넘어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미국 로스엔젤레스, 대한민국 서울(!)처럼 소프트파워가 있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두바이 통치자는 중동 최대 규모로 지은 무함마드 빈 라쉬드 도서관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이 도서관이 단순히 규모만 큰 도서관이 될지 아니면 도서관을 넘어 전시관과 강연장, 콘퍼런스룸을 함께 갖추고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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