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아래에서 여름 나기, 경복궁 생과방과 한국의집 고호재

안녕하시옵니까,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에 힘입어 신이 나 더욱더, 열심히 여행 꿀팁을 찾아 헤매는 박프리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장마였나, 싶을 만큼 이번 주는 지루한 날씨가 계속되었어요. 뉴스에서는 연이어 몇십 년 만의, 몇백 년 만이라며 기록적인 기후 소식을 떠들었지요. 이렇게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더위니 장마니 견디기가 쉽지 않건만 대관절 몇백 년 전의 더위나 장마는 어떻게 견디어 냈단 말인가! 의문이 솟아오를 때쯤 조상님들의 여름 나기를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조선시대로 떠나는 여행, 이번에는 경복궁 생과방과 한국의집 고호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경복궁 생과방 (生果房)

① 한국문화재재단에서 운영하는 유료 체험 프로그램,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②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토대로 실제 임금님이 먹었던 궁중병과와 궁중약차가 기본 구성
③ 경복궁 소주방 권역에 위치, 복회당, 생물방, 생과방, 생것방 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④ 낮의 생과방 : 70분씩, 일일 총 4회 / 밤의 생과방 (시식공감) : 90분씩, 일일 총 2회 / 화요일 휴궁
⑤ 낮의 생과방 : 경복궁 입장료 포함 최소 인당 8,000 ~ 17,000원 / 밤의 생과방 : 인당 25,000원
⑥ 운영 기간 및 정보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한국문화재단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안내하며
2022년 6월 25일 일정 종료되었으나 시기에 따라 추가 일정이 진행된다.

사실, 뼈대 있는 양반가 자제도 아니고 조상님들 여름 나기를 어떻게야 알겠어요. 다만, 한국문화재재단 같은 기관 행사를 통해 조상님들은 이렇게 여름 나기를 하셨구나 체험을 통해 어림짐작을 해보는 것이지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여름 나기 체험이라기 보다 조상님들이 계절을 즐기는 방법, 풍류를 즐기는 방법을 엿본다는 표현이 올바를지도 모르겠어요. 기관의 기획에 맞춰 운영되기에 여름 계절에만 국한되지 않고, 때로는 봄에, 때로는 가을에도 행사는 운영되고 있으니까요.

경복궁 생과방은 이름 그대로 경복궁 복회당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전예약이 필요하고요, 2022년에는 인터파크에서 티켓 예약을 맡았어요. 행사 시기나 예약 방법, 예약처 등은 사전에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한국문화재단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됩니다. (@goongin_official) 낮의 생과방은 하루 4회 (1회차 10:00~11:10, 2회차 11:40~12:50, 3회차 13:50~15:00, 4회차 15:30~16:40) 회당 30명씩 70분, 밤의 생과방은 시식공감 기간에 진행되고, 하루 2회 (1회차 18:00~19:30, 2회차 19:30~21:00) 회당 30명씩 90분으로 진행됩니다. 대충 단순 계산해 보면 4천장의 자리가 풀리지만 이상하게 제 자리는 없습니다. 선착순 방문이었던 체험 방식이 사전예약제로 바뀐 만큼 항상 피켓팅 확정인 인기 행사 중 하나입니다. 알람까지 맞춰두고 예매 일을 기다렸지만 장렬히 실패했고, 취소표로 밤의 생과방 하나만 간신히 다녀왔습니다. 취소표 일정은 예매처에 따라 다르고, 계속해서 인터파크가 예매를 맡는다면 인터파크 취소 시간까지 파악해 두시면 좋습니다.

밤의 생과방은 특히, 경복궁 운영시간이 끝나고 진행되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개방된다는 특별함에 기분이 참 신비로워요. 생과방 체험을 시작하기 전, 입구에서 예매내역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경복궁 운영시간 이후로 입장하기 때문에 경복궁 정문보다는 건춘문, 국립민속박물관 방면에서 찾아가는 편이 더욱 수월합니다. 경복궁역과 안국역, 지하철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요. 선착순 입장이기 때문에 티켓 수령이 끝나고, 행사 시간이 가까워진다면 미리 줄을 서두는 편이 좋습니다.

자, 이제 왕과 왕비님이 즐기셨다는 후식과 별식을 맛보기로 해요. 수라간 최고상궁마마님이 왕과 왕비님의 후식과 별식을 만드는 생과방으로 초대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022 시식공감 중, 밤의 생과방 궁중병과는 6개의 차림 1세트로 준비되었고, (낮의 생과방은 원하는 병과를 각 1회씩 낱개 구매) 약차는 6개의 차 중 하나를 선택해서 마셔요. 4개는 따뜻한 차 종류고 (강계다음, 감국다, 삼귤다, 담강다) 남은 2개는 차가운 차 종류입니다.(오미자차, 제호차)

케이크같이 폭신한 식감을 자랑하는 아홉 가지 일반 한방 약재를 조화롭게 이용해 만든 떡 [구선왕도고], 궁중잔치에 올렸던 찹쌀도너츠 느낌의 [개성주악], 달달함이 넘치는 [사과정과], 약이 되는 과자 [약과], 호두에 꿀을 넣어 노릇하게 튀겨낸 [호두정과], 밀가루에 생강즙을 넣어 반죽하여 뒤집어 꼬아 만든 [매작과] 총 6가지 병과로 준비되어 있어요. 구선왕도고를 제일 먼저 먹고, 상자에 담긴 순서대로 개성주악부터 먹습니다. 떡으로 시작해 단맛으로 끝내는게 병과를 즐기기에 좋다고 해요. 자리에 앉으면 병과는 미리 준비되어 있고, 수랏간 나인님들이 어떤 차를 마실 건지 확인해 줍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따뜻한 약차도 좋지만 날이 더웠던지라 시원하게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오미자차를 주문했습니다. 얼음 잔이 따로 준비되어 얼음과 차를 섞어 솎은 다음 잔에 따라 마시기 때문에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오미자차를 즐길 수 있어요.

다과 시간이 시작되면서 가야금 연주가 함께합니다. 수라간 나인님들이 계속 움직이고, 음향장비에 가려지기 때문에 정면 첫 번째 줄 자리보다 차라리 입구와 가까운 바깥쪽 자리가 다과도, 연주도 즐기기 좋아 보였어요. 연주가 끝나면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궁이란 것이 쉽게 개방되는 느낌은 아니기에 해가 드리우는 생과방 곳곳을 부지런히 담아봅니다.

회차당 90분의 시간이라 여유롭게 생과방을 누렸었지요. 가야금 연주가 끝나자마자 다른 사람들이 부랴부랴 자리를 뜨길래 의아했어요. 아하! 알고 보니 밤의 생과방은 낮의 생과방과 다르게 소주방과 내소주방을 오가며 다식만들기, 보자기매듭짓기, 격구놀이 등 다양한 전통체험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외소주방에서 진행하는 시식공감의 차림상도 맛보아요. 각 체험을 완수하면 도장을 찍어주고, 그게 맞는 기념품을 챙겨줍니다. 궁중다과상을 비롯하여 체험을 진행하는 분들의 차림새 또한, 조선시대 궁중에서 일하던 모습 그대로여서 더욱 생생하고 재미난 체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진짜 리얼 궁에서 생생한 궁중병과 체험을 해보았다면 경복궁 보다 한적하게 궁중다과를 즐길 수 있는 곳, 한국의집에서 운영하는 고호재 계절다과상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호재는 옛 것을 좋아하는 이들의 집 이란 뜻으로 한국의 집 별채, 문향루에서 즐기는 프리미엄 궁중다과 브랜드에요. 도심 속에서 즐기는 한옥에서 1인 소반상에 제철재료로 만든 다과를 즐기며 계절을 느끼기 때문에 분위기가 남다릅니다.


| 한국의집 고호재 (古好齋)

① 2020년부터 한국의집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엄 궁중다과 브랜드이자 유료 체험 프로그램
② 제철재료로 만든 다과와 차, 죽이나 빙수 같은 단품 차림 구성
③ 운영 기간 동안 매주 화~일요일 90분씩 5부제, 회차별 12명
④ 네이버 예약을 통한 사전예약제, 구성에 따라 다과상 15,000~16,000원 / 단품 메뉴 8,000원

* 한국의집 : 1957년 국빈을 맞이하기 위해 영빈관 목적으로 세워졌으며 1981년 이후 신축공사와 함께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다.

고호재는 계절에 따라 정기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복궁 생과방과 비교하자면 보다 접근성이 좋습니다. 잠실과 충무로에 각각 자리했고요, 추천드리고 싶은 곳은 충무로에 있는 한국의집 본관입니다. 충무로역 3번 출구와 가깝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에요. 계절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차림 상이 공개되고, 예약이 시작됩니다. 예약은 한국의집에서 관리하는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서 진행하시면 됩니다. 생과방과 마찬가지로 단번에 예약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취소표가 자주 나오는 편이에요. 취소표는 틈틈이 예약 페이지에서 새로고침을 하면 공석이 생길 경우, 예약 날짜가 보이는 식입니다. 사전예약제지만 결제는 현장에서 직접 합니다. 예약시간에 맞춰 한국의집 본관 입구에서 이름 확인을 하고 결제해요. 원래 다과상을 들이고 나서 결제가 이루어졌지만 다양한 후기를 통해 최근에는 입구 결제로 변경된 걸 보면 고객과의 소통도 자연스러운 편이에요. 선착순 입장이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계절이면 예약시간 보다 이르게 도착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계절에 따라 다과상을 구성하기 때문에 제철 재료를 그때그때 즐긴다는 매력이 있어요. 도심 속 빌딩 숲 사이에 한옥과 함께 문향루 주위 경관이 사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이 뚜렷해 이질적인 매력이 있으면서도 계절감을 느끼기에 매우 훌륭합니다. 다과상을 받는 한옥 창가 밖으로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녹음이, 가을에는 낙엽이, 겨울에는 따스한 조명들이 보여요. 그렇다 보니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아무래도 경관이 바로 보이는 제일 안채 창가 자리입니다. 하지만 여름에는 대청마루가 주는 시원함이 있고, 안채와 마루는 다리를 구부려 앉아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출입구와 가까운 좌식 자리가 인기 있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이 자리가 좀 더 나아 보여요.

안채와 마루 자리는 1인 소반상으로 준비되고, 좌식 자리는 쟁반으로 준비됩니다. 단품 메뉴는 계절에 따라 죽이나 빙수 등으로 준비되며 예약 시에 함께 신청해야 하나 현장에서 추가 주문이 가능해요. 기본적으로 예닐곱 개의 다과와 차로 차림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는 무한리필이고, 이번 여름 다과상에 한해 1회만 제공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다과상을 준비해 주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직원분이 간단하게 차림 설명을 해줍니다. 보통 떡으로 시작하여 제일 달콤한 다과를 먹는 순서로 다과를 즐겨요.

아쉽게도 이번 여름다과상은 한국의집 공사로 인해 6월 30일로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돌아올 튼튼한 한국의집과 문향루를 기대하며 2022년 여름다과상을 잠깐 살펴볼게요. 폭신하면서 담백하며 재료가 주는 단맛이 느껴지는 [단호박증편], 푸석하거나 무르지 않고 적당한 단단함이 느껴지는 [콩다식, 송화다식] 달콤한 [산딸기정과] 향긋함에 여름차와 잘 어울린 [오미자배정과] 꽃병과 함께 멋을 낸 [살구과편] 마지막으로 알록달록 새콤달콤한 [원소병] 단품 메뉴는 심심하면서 시원한 [송화참외팥빙수] 차는 오미자차로 준비되었습니다. 찻잔에 담긴 배꽃이 귀여워요. 송화다식과 송화참외팥빙수의 경우, 송화가루로 만들어져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정갈하면서 말끔하게 차려낸 고호재만의 다과상은 대접받는 느낌이 들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지난가을부터 계절마다 다녀왔을 때, 모든 일행들이 만족하고 흡족해하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과방과 똑같은 90분의 시간이지만 고호재는 체험 없이 다과 시간만 주어지기 때문에 한가로운 분위기를 즐기기에 좋습니다. 한 회당 12명이고, 보통 2인으로 6개 팀이 각각의 공간에 있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아요. 파손 우려가 있어 다과상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여름에는 한편에 햇빛을 피하는 그늘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문향루 바로 옆으로 역사 깊은 한옥과 건물과 건물을 오가는 길 또한, 소박한 분수나 장승, 징검다리 마당석으로 되어있어 운치 있는 사진을 남기기 좋아요. 가을과 겨울, 초봄까지 날씨가 차다면 신발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섬세한 서비스를 보여줍니다.


봄이면 화사하고, 여름이면 뜨겁고, 가을에는 향기롭고, 겨울에는 서늘한!! 우리나라는 이토록 사계절이 뚜렷한 만큼 제철에 따라 계절감을 분명하게 몸과 맘으로 느낄 수 있어야 삶에 지루함이 없고, 풍류를 누릴 수 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습니다. 비단 이런 생각은 조상님들도 같았나 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에 맞는 다과상과 차가 있었고, 제철에 따라 누리는 경치에서 느끼는 정취는 요즘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외치는 요즘이지만 때로는 옛것의 향과 맛을 느끼며 계절을 나 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여행이야기는 배너 클릭! 개인 채널에서 만나볼게요. 다음에 다시 뵙겠사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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