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밑바닥 HR ] 어찌저찌 입사하면 채용 다 끝난 거 아니에요?

리크루터는 브랜드 마케터다

마케팅이 우리 브랜드와 제품을 파는 일이듯, 리크루팅 역시 우리 조직을 세일즈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채용은 눈 앞의 단기 실적을 노리는 일회성 판매가 아니라 장기 고객(구성원)을 형성하고, 고유의 이미지(조직문화)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브랜드 마케팅과 닮았다. 어떤 브랜드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방향성이 있어야 믿음이 가듯이 채용 브랜딩에서의 첫 번째 과업은 원칙을 정하고 이를 어떻게 보일지 정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이 리크루팅 과정 – 합류 – 적응 – 마지막 이별까지 일관성 있게 이어지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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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원칙은 ‘누구보다 빠르게 소통하기’, ‘쉬운 말과 정확한 표현 사용하기’, 그리고 전 과정에서의 ‘일관적 퀄리티를 유지하기’ 이렇게 세 가지였는데, 첫 번째 행동으로 리크루팅 공고를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JD(Job Description)에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되 모든 과장 없이 담백하게 썼다. 또한 현업 부서도 당연히 공고에 직접 참여해서 궁금증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고, 실제 조직 생활을 엿볼 수 있도록 노력하며, 인터뷰까지 같은 결을 가져가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는 시도라는 지적도 있었다. 조직의 좋은 얘기만 가득 알려도 가뜩이나 채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너무 솔직하면 지원자가 적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우리는 리크루팅을 단순히 멤버 한 명이 들어오는 순간이 아니라, 합류 전 프로세스부터 원활한 온보딩, 조직에의 몰입, 상호 간 헌신 그리고 ‘이탈하더라도 우리 편이 되는 작업’으로 봤다. 또한 자신을 브랜드 마케터이자 고객 여정 전반에 관여하는 직무로 인식해 단순 현상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팀의 기조는 자연히 “그냥 어찌저찌 입사하면 채용 다 끝난 거 아니에요?”라는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크루팅 과정에서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인터뷰 참여자와 면접관 모두가 가진 기대치를 맞추며,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혀드리고, 합류 후에는 매끄럽게 적응하게, 이후에는 최선의 퍼포먼스를 내게끔 돕고, 언젠가 서로 웃으며 헤어지는 일까지가 Relations 조직이 커버하는 전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후보자는 잠재 고객이며 구성원은 내부 고객이고, 다시 밖에서는 우리에 대한 레퍼런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만나기 전의 연락, 마주치는 첫인상, 친밀감을 주는 동선과 자연스러운 긴장 완화는 인터뷰의 가치를 극대화해주는 요소로 보고 표준화했다. 먼저 인터뷰 약속 전날 메시지(가급적 휴대폰 문자로)로 시간과 장소를 언급하며 다시 한번 일정 변동이 없는지 확인한다. 서로의 일정 체크와 리소스 효율이라는 관점에서도 그렇지만, 우리 팀이 후보자와의 만남을 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기도 하다. 고객이 오든지 말든지 하는 식당에 애정을 가지긴 어려우니까.

두 번째로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다. 미리 “어디에 도착해 전화를 주면 모시러 나가겠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해두고, 만나 뵙고는 편한 라운지 자리와 가벼운 음료를 드리며 부담을 덜도록 했다. 한숨 돌리고 나면 오늘 인터뷰의 참석자와 진행 방식, 그리고 소요 시간을 리마인드하면서 궁금증과 불확실성을 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과정까지 끝내면 긴장도 풀어드릴 겸 사옥 공간과 팀이 일하는 자리 등을 전반적으로 쓱 소개하면서 ‘합류했을 때의 내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했다.

인터뷰 과정 역시 면접관의 주관보다는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도록 조직의 핵심 가치와 인재상과 관련된 질문을 기반으로 표준화해 항목별 배점을 부여했다. 답변 자체 외에도 근거에 대한 꼬리 질문을 통해 후보자께서 가진 사고방식과 우리의 핏이 맞는지 판단하고자 했다. 물론 정해진 내용 외에도 인터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도 있고, 참여한 멤버들의 직감과 판단을 반영해 최종적인 결과를 녹여냈다.

중요한 것은 면접관과 우리 회사 역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었다. 조직과 구성원 입장에서는 ‘팀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분인지’를 보겠지만, 후보자도 동시에 내 커리어를 투자할 조직인지 판단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같이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 내 이력서는 제대로 읽고 들어왔는지, 해온 경험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논하는지, 리크루팅에 참여하는 이들의 표정과 행동은 어떠한지, 미래에 대한 비전과 실행 계획은 가진 팀인지, 그리고 인터뷰 이후의 피드백 메시지와 속도는 어떤지 등 꼼꼼히 따져보게 된다.

어차피 안정감이 아닌 불확실성 속에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이상 완벽한 조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잘 맞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다. 제품 하나를 팔아서 당장의 매출을 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제품의 품질과 편익을 진솔하게 담아내야 오랫동안 함께 가는 고객을 만들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나 역시 팀에 처음 합류할 때 무조건 대단한 조직임을 바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점차 나아지는 과정에 함께 하며 진심을 바탕으로 미래를 그려가기를 바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과도한 기대보다는 실제 조직 생활에 대한 모습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리고 담백한 기대치로 맞추고, 후보자에 대해서도 인터뷰에서만 잘하거나 반대로 고유 역량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태를 줄여서 충원을 고대하고 있는 팀원들도 오해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즉, 진정성을 기반으로 양방향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내보내어 새로운 잠재 멤버와 기존 구성원의 경험 양쪽을 잡는 브랜드 전략을 구축하고자 했다.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가장 망설여지는 이유로는 항상 ‘고용 불안정성’이 꼽히곤 한다. 누구나 항상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선택지를 선호하기에, 정보를 줘서 안심시키고 동료로 만들어내는 것이 Relations 조직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인재 전쟁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한 명의 멤버를 얼른 꾸겨 넣는 채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탈하는 고객까지도 만족시키는 제품과 브랜드를 구성하는 길에 서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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