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돈 새는 소리가…” 구내식당 된 편의점

“월급과 내 주식 빼고 다 올랐다.”

물가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3중고’가 지속되면서 익명의 직장인 커뮤니티에선 한탄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출근길 들린 주유소의 기름값이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점심 식사차 방문한 식당의 음식값마저 웬만하면 1만원을 훌쩍 뛰어넘기 일쑤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 들린 마트에선 10만원으로는 장바구니를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죠.

특히 생활과 밀접한 외식 물가가 빠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이제 만 원 한장으론 점심 한 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외식 물가 지수는 2021년 12월 대비 4.2%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2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4%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평균 외식비가 오르면서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tvN

냉면 1만239원∙삼겹살 1만7595원…고물가 속 등장한 ‘런치플레이션’과 ‘냉파족’

직장인이 부담 없이 먹는 메뉴를 중심으로 외식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볼까요. 2022년 6월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올라온 서울의 5월 기준 냉면 가격은 2021년(9346원)보다 9.9% 올라 한 그릇에 1만원이 넘습니다. 삼겹살은 6.12% 오른 1만7595원, 비빔밥은 6.9% 오른 9538원입니다. 이어 짜장면과 칼국수는 각각 15.56%, 10.8% 올라 6223원, 8269원입니다. 김치찌개 백반은 2021년 처음으로 7000원을 넘은 이후 지난 4월 7154원으로 오르더니 5월에는 7308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3000~5000원 정도의 프랜차이즈 커피까지 마시면 1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런치플레이션’, ‘냉파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요. 런치플레이션은 점심(lunch)과 물가 상승(inflation)을 합친 말입니다.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뜻하죠. 냉파족은 ‘냉장고 파먹기’의 줄임말인데요. 따로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속에 있는 재료로만 음식을 해 먹어 생활비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또 ‘스크루플레이션’이란 용어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등장했습니다. ‘쥐어짠다’는 뜻인 스크루(screw)가 들어간 이 용어는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늘지 않아 가계 살림살이가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회사로 출근을 하는 윤모(34)씨는 “자주 가던 식당이 최근 순대국밥 가격을 9000원으로 올리고, 4000원이던 소주도 이제 5000원을 받는다”며 “퇴근 후 식당에서 반주하는 것도 이제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점심값 부담에 구내식당 된 ‘편의점’

외식비 부담이 커지자 식당 대신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습니다. 5000원 안팎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려는 것이죠. 서울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3년차 회사원 한모(30)씨는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에 라면 한 그릇 먹었는데 9000원이 나왔다. 매번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한 끼 식사로 1만원가량 쓰는 게 부담스럽다”며 “편의점 도시락이 더 싸고, 간단해서 요즘 자주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런치플레이션으로 점심 한끼 비용도 부담스럽게 다가오면서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tvN

실제로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물가 상승 이후 도시락 판매 비중은 늘고 있습니다. CU의 지난 5월 1일~5월 15일 도시락 매출은 2021년 동기 대비 48.4% 늘었는데요.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성장률이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 GS25의 매출도 46.8% 늘었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도시락 매출이 각각 30%, 43%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시락 판매도 가격대별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중간 가격대 도시락의 판매 비중은 줄어든 반면, 저가와 고가 도시락의 비중은 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4000원대의 도시락이 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물가 상승 이후 2000~3000원대 도시락과 5000원대 비중이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2021년 12월과 2022년 5월 CU의 가격대별 도시락 매출 비중을 비교해보면, 2000~3000원대 도시락 비중은 10.7%에서 16.4%로 늘어났습니다. 식사를 저렴하게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5000원 이상 도시락은 2021년 12월 4.8%에서 2022년 5월 7.9%로 판매 비중이 늘어났는데요.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김밥 한 줄만 먹어도 4000~5000원가량 내야 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편의점에서 제대로 된 도시락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난 탓으로 보입니다.

325원짜리 계란부터 2000원대 도시락까지…편의점의 ‘가성비’ 상품들

고물가 상황에 대응해 편의점 업계는 ‘가성비’(가격 대비 양이나 품질)를 극대화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CU는 그동안 사라졌던 2000원대 도시락을 부활시켰는데요.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손잡고 지난 4월 초저가 도시락 2종(청양 어묵 덮밥과 소시지 김치 덮밥)을 출시했습니다. 노량진 컵밥도 2022년 초 가격을 인상하면서 3500원이 된 가운데, 이 두 도시락은 29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CU는 간편식에 사용되는 원재료를 대량 매입해 단가를 낮추고, 레시피를 단순화해 조리 공정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편의점들이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가성비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GS25

GS25는 전국 최저가 수준의 계란과 쌀, 간편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계란은 대란 12구로 구성됐으며 1구당 가격은 325원입니다. 쌀은 충남 당진의 상등미 4kg으로 100g당 247원입니다. 이 상품들은 출시 이후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계란 카테고리 매출은 40.1%, 양곡 카테고리 매출은 259.8% 늘어났습니다.

이마트24는 ‘아임이’와 ‘민생시리즈’를 통해 봉지라면과 화장지 등 가성비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아임이 주방세제와 쿨가글, 키친타월은 1000원대, 치약은 2000원대입니다. 또 민생라면(390원), 민생컵라면(580원) 등으로 1000원 미만의 먹거리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글 jobsN 박혜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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