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여친’하던 남자가 정착한 여자는? |로맨스인물탐구

*본 콘텐츠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십여년 전, 하와이에 여행을 다녀온 여성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여행지에서 했던 낭만적인 데이트 이야긴데요, 그 기억이 정말 로맨틱하고 환상적이어서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데이트 상대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비를 맞으며 함께 춤을 췄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상대와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심지어 절벽 다이빙도 했다고요. 각각 다양한 데이트를 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딱 하루 동안의 데이트였다고 합니다. 상대의 연락처를 물으면 ‘사실은 유부남이다’ ‘비밀 공작원이어서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 등의 핑계를 대며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 상대의 이름이 ‘헨리 로스’였다고 합니다.

네, 헨리 로스는 바람둥이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로맨스 인물탐구 주인공이죠. 헨리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동물원 사육사입니다. 그에게는 데이트 원칙이 있는데, ‘아무리 매력적인 여자라도 하루 이상 만나지 않는다’입니다. 헨리는 어떤 여자에게도 정착하고 싶지 않고, 깊은 관계 또한 질색이거든요. 그래서 여행객만 골라서 만나는 겁니다. 전형적인 ‘회피형’이죠.

헨리가 오랜만에 데이트를 쉰 어느 날이었습니다. 느긋한 주말 아침, 헨리는 집 근처 식당으로 향했죠. 거기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한 여성에게 눈길이 갔는데요. 특이하게도 그녀는 식사로 나온 와플로 집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와플로 집의 벽 한 쪽을 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그때, 헨리가 이쑤시개 하나를 갖다 주며 벽을 고정하는 걸 도와주죠. 그렇게 둘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루시 윗모어’라고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은 정말 대화가 잘 통했죠.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어느새 함께 앉아서 식사도 했습니다. 서로에게 끌린 헨리와 루시는 다음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식당에서 또 한 번 만나기로 합니다.

1년 전, 10월 13일 일요일.
루시는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석 달동안 의식을 잃은 채 입원해 지냈을 정도로 루시의 상태는 심각했죠. 기적처럼 루시가 깨어난 그날, 루시의 아버지와 오빠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루시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10월 12일까지 루시의 기억은 온전했지만, 10월 13일 이후의 기억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 잠에 들면 새로 생성된 기억은 모두 잊어버렸습니다. 즉, 루시는 평생 10월 13일을 살게 된 거죠. 사고 이후 루시가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해온 하루의 일과는 이렇습니다.

1. 후킬라우 식당에서 아침 식사로 와플 먹기. 와플집을 만들고 난 후에는 탐 로빈스의 <딱따구리의 인생>을 읽는다.
2. 집에 돌아와 아빠의 작업실 벽 칠하기.
3. 10월 13일은 루시 아빠의 생일이었다.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아빠의 생일 축하하기.
4. 가족들과 함께 <식스센스>를 보며 잠들기.

사실을 알게 된 헨리는 고민에 빠집니다. 어제 루시와의 대화가 정말 즐거웠거든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죠. 이 여자라면 내가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들었습니다. 고민에 빠진 헨리. 인생에서 처음 느낀 감정에 모든 걸 걸어보기로 합니다. 매일매일 그녀와 사랑에 빠지기로 결심한 거죠. 밤이면 모든 걸 잊어버리는 그녀를 위해, 헨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방법으로 그녀의 마음을 얻겠노라고 다짐합니다. 아래는 헨리가 시도한 기상천외한 방법들입니다.

– 식당에서 루시 앞에서 큰 소리로 운다. 걱정된 루시가 다가오자 글을 못 읽는 까막눈이라 메뉴판을 못 읽는 게 서럽다고 한다. 둘의 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 루시가 지나가는 길목에 차를 세워둔다. 그리고 루시에게 차가 고장났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마음씨 착한 루시는 헨리를 돕고, 둘의 대화가 시작된다.
– 루시가 지나가는 길목에 귀여운 펭귄을 세워둔다. 펭귄의 귀여움으로 루시를 유혹하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루시와 헨리의 관계에는 또 하나의 산이 남아있었죠. 헨리를 비롯한 루시의 주변인들은 루시가 매일 반복되는 10월 13일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요. 루시가 벽을 칠하면 매일 밤마다 흰색 페인트를 칠해 원래대로 돌려놓고, 루시의 집에 있는 치약, 세제 등의 생활 용품의 용량은 일정하게 유지했죠. 10월 13일에 루시가 입었던 분홍색 상의와 하얀색 바지도 매일 세탁해 말려두었어요. 하지만, 그날은 왔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루시가 신문의 날짜를 확인했고, 1년이나 지났단 걸 알게 된거죠. 큰 충격에 빠진 루시. 결국 헨리와 가족들은 사실을 말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루시는 헨리에게 이별을 통보하는데요. 자신과 만나면 헨리도 매일 제자리걸음일 거라며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합니다. 하지만 헨리는 루시를 깊이 사랑하고 있어요. 과연 헨리는 루시와 500번 째, 5000번 째, 50000번째 첫 키스도 나눌 수 있을까요?

백수정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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