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자동차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빠르게 진행중인 전동화와는 별개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일제히 연료전지로부터 손을 떼고 있다

현재 영국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주요 자동차회사의 FCEV는 두 가지 종류 – 현대자동차의 넥쏘와 토요타 미라이 – 밖에 없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넥쏘 2대, 미라이 10대가 등록됐을 뿐이다. 반면 배터리-전기차(BEV)는 19만727대가 팔려, 전체 신차 판매의 12%를 차지했다.

수소 연료전지에 대한 수십 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제 이 기술로부터 물러나고 있다. 지난해 혼다는 수요가 저조하다는 이유를 들며 클래러티 연료전지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메르세데스-벤츠는 오랫동안 지속해온 F-셀 프로그램을 중단했는데, 더 이상 낮출 방법이 없는 높은 비용이 이유였다.

제너럴 모터스는 하이드로텍 연료전지의 초점을 “육지, 공기, 바다”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해 4월 배출가스 저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1년 말까지 디펜더 FCEV를 시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이 되자 연료전지 책임자인 랄프 클래그가 회사를 떠났다. 재규어랜드로버 측은 다른 사람이 그의 역할을 물려받았는지, 시험이 계획대로 진행됐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밝히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연료전지를 가장 강력하게 지지해온 자동차 제조업체 토요타조차도 이 기술에 대한 야심을 자동차로부터 떼어놓고 있다. 맷 해리슨 토요타자동차 유럽 사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승용차 부문에서는 연료전지가 중요한 기회가 되리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토요타 내부에서는 (2030년까지) 매년 수천 대씩 판매하는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FCEV가 당면한 문제는 무엇일까? FCEV의 보급은 여러 가지 문제, 특히 연료 공급 기반 시설의 부족으로 인해 오랫동안 지연되어 왔다. 영국에는 현재 겨우 14개의 공공 수소 충전소가 있을 뿐이다.

2000년대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카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기반 시설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FCEV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영국 수소&연료전지협회의 CEO인 실리아 그리브스는 영국 정부가 BEV 보급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것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수소 연료 충전 기반 시설과 전기차 충전기의 지원 수준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대가가 뒤따른다. 지난해 현대차는 2030년이 돼야 비로소 FCEV의 가격 경쟁력이 BEV와 동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BEV용 배터리 생산업체들도 앞으로 8년 동안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수소 위원회는 연료전지에 필요한 백금과 이리듐(그리고 가장 친환경적인 수소를 만드는 전해질)을 BEV의 리튬 이온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 및 니켈과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배터리 화학 기술의 등장은 금속의 필요성을 서서히 줄여가면서 연료전지와의 가격 격차를 더욱 벌이고 있다.

토요타는 기존 내연기관에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하지만 해리슨에 따르면 이는 현재까지 모터스포츠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이것이 모터스포츠 실험을 넘어 어떤 형태로든 엔진 적용에 이르게 될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승용차 부문에서 연료전지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것과 달리, 상용차, 특히 트럭의 경우 연료전지가 현실화되고 있다. “승용차 부문에서는 수소 연료전지의 가능성이 낮다” 시장조사업체 IDTechEx는 EV 동향을 살펴본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하지만, 이 기술이 가진 주행거리와 연료 보충 면에서의 장점은 오랫동안 상용차 시장이 필요로 했던 잠재력이다”

복스홀은 내년에 주행거리 400km의 비바로-e 수소 밴을 영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르노는 2023년부터 연료전지 밴을 판매하겠다고 했다. 한편 현대자동차와 다임러(볼보와의 제휴), 중국 하이존 등은 수소트럭을 연구 중이고 이미 생산도 시작했다. 토요타 유럽은 벨기에 소재 연구개발 센터에서 연료전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포르투갈의 버스 제조업체 카에타노와 같은 승용차 제조 산업 외 영역의 고객들에게 연료전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영국에서는 라이트버스가 수소 버스를 만드는데, 런던 교통국도 고객이다. 이제 이 아이디어는 언젠가의 희망을 표방하는 ‘수소 사회’를 만들어, 오늘날보다 훨씬 수월하게 연료전지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수소는 앞으로 10년 동안 에너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그리브스는 말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다시 화두로 올리고, 생산을 늘리고,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러나 FCEV가 BEV에게 빼앗긴 모멘텀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중요한 문제다.

수소는 미래의 치즈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 사이에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유일한 부산물이 물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와 반대로 해야 하고, 그럴려면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 이상적으로는 이 전기를 풍력과 같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얻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FCEV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

BEV를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은 깨끗한 전기를 배터리에 곧장 넣음으로써 많은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이다. FCEV를 옹호하는 측의 반론은, 예를 들어 바람이 부는 밤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저장할 배터리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 센터장은 지난 9월 한 연설에서 “수소는 치즈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상적인 주장을 펼쳤다.

그의 비유는 남은 우유를 겨울 동안 사용하기 위해 치즈로 보존한 유목민들을 상기시킨다.

“수소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에서 발생하는 과잉 전기를 엄청난 양으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밀도] 수소로 바꿀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전기는 우유와 같고, 수소는 치즈와 같다.”

지역의 수소 충전소를 위한 지역의 수소 자동차

영국 수소 자동차 회사 리버심플의 전무이사 휴고 스포어스는 “제조사들이 시장에 맞지 않는 FCEV를 판매하려고 했기 때문에 영국에서의 보급이 원활치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토카>와의 인터뷰에서 “기반시설이 없기 때문에 토요타와 현대차는 수소 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라이처럼 다른 지방을 오갈 수 있는 세단을 만들면 전국에 300개의 충전소가 있어야 내 차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다. 반면 지역 내에서 가까운 거리만 오가는 용도의 차라면 충전소가 단 한곳이어도 충분하다.”

리버심플이 2024년 생산 예정인 라사 FCEV는 2인승 쿠페 스타일의 소형차다. 목표주행거리는 480km이지만 이는 장거리 주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지역 내 충전소에서 일주일에 한번만 충전하면 되도록 설계했다.

리버심플은 지역 의회, 독립 연료 소매업체, 수소 허브 개발업체 엘리먼트와 논의하여 가장 적합한 충전소 설치 장소와 라사 1차분 판매를 위한 지역을 모색하고 있다. 스포어스는 “충전소 사업자를 위한 탄탄한 비즈니스 기반을 만들기 위해 8~10개의 첫 출시 지역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100대의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으면, 충전소 사업자는 100명의 실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는 이 단일 충전소가 인근에서 운행되는 수소 밴, 버스, 심지어 화물트럭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이런 이들에 대한 수요를 집중하는 것이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말한다. “수소 자동차들이 충분히 빨리 보급되어 수익을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누구나 전국적인 기반시설을 구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망상이다.”

글·닉 기브스(Nick Gib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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