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중국에서 운다…“OO에 발목 잡혀”

8개월 만에 ‘판호’ 발급한 중국
45개 명단 중 한국 업체 모두 빠져
2018년부터 판호 받은 한국기업 3곳뿐

중국이 약 8개월만에 신규 온라인 게임 ‘판호(版號)’를 발급했습니다. 판호는 중국의 게임 서비스 허가권을 뜻합니다. 중국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國家新聞出版廣電總局)이 현지 게임 출판 및 운영을 허가하면서 발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게임 판매를 허락하는 증서인 셈이죠.

중국 게임사엔 내자 판호를, 해외 게임업체에는 외자 판호를 발급하는데요, 발급 기준은 광전총국의 자체 심의에 따릅니다. 게임의 선정성과 폭력성 등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판호를 받으려면 APK(안드로이드 프로그램 파일)와 게임 소개서, 수권서, 계약서, 저작권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중국은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광전총국 홈페이지에서 신규 판호 발급 현황을 공개합니다. 과거 월 평균 80~100건의 신규 판호를 발급했죠. 그러나 2021년 7월 이후 중국은 갑자기 판호 발급을 중단했습니다.

판호 발급 중단과 함께 게임 시간제한 등 고강도 게임 산업 규제에도 들어갔습니다. 2021년 9월에는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일주일에 3시간으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적용했습니다. 또 18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로 제한했습니다. 이들이 게임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 하루에 단 한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당시 중국의 한 매체는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다’라며 게임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2021년 7월 이후 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가 2022년 4월 11일, 약 8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발급을 재개했습니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받은 게임은 45개입니다. 보통 중국 정부는 내자 판호와 외자 판호를 함께 발급하는데, 이번에는 모두 중국산 게임이었습니다. 한국 게임은 이번에도 제외된 것입니다.

◇4년 동안 허가받은 게임은 단 3개

한국 게임업체 입장에서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이죠.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매년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2017년 2036억700만위안(약 39조6198억원) 수준이었는데요, 2019년 2308억7700만위안(약 44조8975억원)으로 늘었습니다. 2021년에는 2965억1300만위안(약 57조677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용자 수도 늘었습니다. 중국 게임 이용자는 2017년 5억8318만명에서 2021년 6억6624만명으로 증가했습니다. 5년 만에 약 14.2% 증가한 셈입니다. 청소년 게임 시간을 제한해도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은 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입니다. 이 수치만 봐도 중국 진출만으로도 기업 실적이 오를 수 있는 이유가 보입니다.

사드 배치 이전에만 해도 넥슨의 RPG 게임인 던전앤파이터(Dungeon & Fighter), 스마일게이트의 온라인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CrossFire) 등의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2017년까지도 11개 게임이 판호를 받는 등 판호 발급에도 문제가 없었죠. 그러나 사드 보복 조치로 내린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 이후 한국 게임은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2년 동안은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은 전부 거부당했습니다. 2020년 12월에 겨우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판호를 받았죠. 2021년에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과 핸드메이게임의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만이 판호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4년 동안 3개의 게임만 중국에서 정식으로 유통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넥슨은 판호 발급까지 받았는데…

판호 발급도 받았는데 출시가 미뤄진 국내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넥슨입니다. 넥슨은 한한령이 본격화하기 전에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대한 판호를 받았습니다. 던전앤파이터 원작 PC 게임은 2008년 중국에 진출해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서비스 출시 한달 정도 만에 현지 동시 접속자 수 500만명을 기록하면서 온라인 게임 1위에 올랐죠.

그만큼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지만 2020년 8월 출시를 앞두고 중국으로부터 출시 연기 통보를 받았습니다. 당시 게임 과몰입 방지 시스템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었죠. 그러나 업계는 중국의 해외 게임 규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결국 넥슨은 중국 출시를 미뤄야 했고 한국에서 먼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출시했습니다.

넷마블은 2017년 인기를 끈 리니지2 레볼루션 판호를 신청했으나 5년째 발급 대기 중입니다. 중국 법인과 함께 판호를 받기 위해 지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엔씨소프트도 리니지 레드나이츠 판호 발급이 늦어졌는데요, 본사가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결국 중국 진출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기업으로서는 큰 성공인데, 서비스를 개발해도 지금 같으면 발도 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장이 크기 때문에 시장 진출을 위해 공을 들이기는데 맞지만, 그렇다고 중국 진출만 메달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 게임에 이어 펄어비스까지…판호 발급 이어질까

2021년 판호를 받은 펄어비스는 4월 26일 ‘검은사막 모바일’을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펄어비스는 앞서 중국 현지에 적합한 서비스를 위한 테스트와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 게임전문사이트 ‘17173’ 이용자가 선정한 게임플레이어 어워드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컴투스는 2020년 12월 판호를 받은 ‘서머너즈 워:천공의 아레나(서머너즈 워)’를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머너즈 워 한중 e스포츠 친선대회’를 개최해 양국이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죠.

이에 게임 업계에서는 양국 간 문화교류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신규 게임 출시를 허가했고 이는 국내 게임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중 수교 30주년의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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