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조각 투자”…17만 투자자의 멀어진 대박의 꿈

금융 당국 “뮤직카우 상품은 증권”
건물, 미술품, 와인 등 다른 조각 투자는?
“같은 규제 받게 될 것…투자자 보호 필요”

주식, 코인, 부동산. 요즘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투자처입니다. 그러나 투자를 위한 초기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소액 투자자들을 위해 ‘조각 투자’가 생겨났습니다. 조각 투자는 큰돈을 들여야 하는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 저작권, 명품 등을 쪼개 상대적으로 소액을 들여 투자하는 재테크를 말합니다. 조각 투자가 소액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플랫폼도 탄생했죠.

그러나 최근 국내 조각 투자를 대표하는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뮤직카우(musiccow)’가 금융 당국의 규제를 받았습니다. 조각 투자 시장 전반에도 비상등이 켜졌지요.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받을 권리를 사고파는 플랫폼입니다.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양도 계약을 통해 받은 권리를 쪼개서 그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소액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뮤직카우는 대중가요의 저작권을 사들인 다음에, 여기서 나온 저작료를 받을 권리를 쪼개서 개인들에게 파는 것이죠.

이때 투자자는 저작권료 청구권을 수시로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은 EXID의 ‘위아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처럼 역주행(발매 후 상당 시간 주목받지 못하던 노래가 특정 이유로 재조명돼 음악 관련 차트 및 가요프로 순위 상승이 일어나는 것)할 것 같은 곡이나 발매 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것 같은 노래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삽니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2만원대에 상장했던 노래인데, 약 9개월 만에 131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또 좋아하는 가수에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어 최근까지 사용자가 늘었습니다. 2021년까지 뮤직카우 누적 회원은 91만5000명에 달했고 한 번이라도 실제 투자에 참여한 회원 수는 17만명입니다. 또 누적거래액은 2742억원이나 됩니다.

이런 방식의 조각 투자로 사용자를 모아왔던 뮤직카우가 받은 규제는 무엇이고, 앞으로 다른 조각 투자 플랫폼이 받을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주식과 같기 때문에 규제 따라야

뮤직카우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1주 단위로 음악 저작권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사업구조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뮤직카우의 자회사 ‘뮤직카우에셋’이 노래 원작자에게 저작권 일부를 사들여 저작권협회에 신탁합니다.

이후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권리인 ‘수익권’을 취득해 저작권료 참여권을 발행합니다. 뮤직카우에셋과 ‘저작권료 참여청구권’ 양도 계약을 맺은 뮤직카우는 양도받은 권리를 쪼개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조각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던 중 2021년 11월, 금융감독원에 뮤직카우의 영업 행위가 ‘인가받지 않은 유사 투자업’에 해당한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뮤직카우가 증권과 비슷하게 청구권을 발행 및 유통하고 있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상 규제는 적용받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또 뮤직카우가 개인 투자자에게 파는 건 저작료를 받을 권리입니다. 이때 투자자들은 저작권을 직접 보유한 게 아닙니다. 이에 회사가 망하면 투자금과 권리가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이 문제를 검토한 금융위원회는 뮤직카우가 운영하는 조각 투자가 ‘증권’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뒤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 주식 거래와 같다고 보고 관련 규제를 따르도록 한 것입니다.

◇무허가 영업한 뮤직카우? 처분은…

금융 당국 결정에 따르면 뮤직카우는 무허가 영업을 한 셈입니다. 그러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는 문을 닫게 하는 대신 6개월의 유예 및 개선 기간을 줬습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의 첫 적용 사례”라며 “서비스가 중지될 경우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고 저작권 유통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재를 6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뮤직카우는 6개월 동안 금융당국의 개선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합니다. 제재절차 보류 조건에 따라 뮤직카우는 ‘투자자 예치금 외부 금융기관 투자자 명의 계좌에 별도 예치’, ‘투자자 피해 보상 체계 마련’, ‘분쟁 처리 절차 및 투자자 피해 보상 체계 마련’ 등을 개선해야 하죠.

모든 조건을 이행하기 전까지는 신규 청구권 발행 및 신규 광고 집행이 금지됩니다. 다만 이미 발행된 청구권은 이전과 동일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6개월 동안 해당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면 뮤직카우는 과징금·과태료 등 제재를 넘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뮤직카우 측은 이번 규제 통보에 “건강한 거래 환경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선위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유예기간 안에 신속히 모든 기준 조건을 완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뮤직카우만 아닌데…다른 조각 투자 플랫폼들은?

뮤직카우가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받자 동종업계에서 조각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던 기업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뮤직카우에게 적용된 조치가 동종 업계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뮤직카우를 시작으로 다양한 조각 투자 플랫폼이 생겼습니다. 여러 명이 고가 미술품을 공동구매해 되팔아 수익을 배분하는 아트테크 플랫폼 ‘테사’, ‘소투’ 등이 있습니다. 한정판 롤렉스 시계처럼 희소성 있는 명품에 투자하는 ‘피스’, 건물에 투자하는 ‘카사’, 자동차 조각 투자 플랫폼 ‘트위그’ 등이 있죠.

금융위 관계자는 “조만간 조각 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조각 투자 사업자에게도 투자자 보호 등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건물 조각 투자 플랫폼 카사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카사는 2021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 연장을 허가받았습니다. 카사는 빌딩을 거래 플랫폼에 상장하는 방식입니다. 투자자들은 건물의 지분인 ‘디지털 형태의 자산유동화증권(DABS)’을 매입합니다. 분기별로 그 비율에 따라 건물주와 동일하게 임대료 수익을 얻습니다. 카사를 운영하는 카사코리아는 건물 공모 시 증권신고서 확인을 받고 발행 토큰과 동일한 양의 수익증권을 발행한 뒤 예탁결제원에 전자 등록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이행했습니다.

카사를 비롯해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받는 소수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금융당국의 권고 조치를 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또 투자자들의 자산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금융 당국의 규제를 따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산업 성장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음원업계 관계자는 “한창 사업과 시장을 키우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 “과도하게 제재를 하기 보다는 앞으로 성장할 디지털 자산에 맞는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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