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예약한 신혼여행을 이제서야 가는 사연

“코로나 때문에 2년 전 예약한 신혼여행, 드디어 가기로 했습니다.”

최근 직장인 A씨는 2년 동안 미뤄뒀던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피해를 낳았던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A씨는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던 2020년 늦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 후에는 태국 푸켓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즈음 코로나가 더 심해졌고 해외 여행자에게 강제된 자가격리 기준에 A씨는 결국 신혼여행을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혼여행 계약 자체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위약금이 너무 많아 예약을 미루는 쪽으로 택했습니다. 그렇게 미뤄둔 신혼여행은 태국과 한국 양국의 자가격리 기준이 느슨해지면서 다시 추진됐고, A씨 부부는 2022년 10월, 2년 만에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 결혼식을 올렸던 부부들 사이에서는 A씨의 사례처럼 아예 신혼여행을 뒤로 미루거나 위약금을 물고 국내로 여행지를 변경하는 커플이 많았습니다. 코로나로 여러 나라가 긴 자가격리 기간을 요구한 이후로는 아예 제주도나 거제도, 남해 등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게 대세처럼 굳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신혼여행지의 대명사인 몰디브는 입국시 자가격리가 없고 백신 접종완료자의 경우 PCR 검사지 제출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하와이도 백신 접종을 하고, 출발 하루 전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을 받으면 격리가 면제됩니다. 태국도 5월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입국객에게는 도착시 검진 및 격리 의무를 면제해준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신혼여행객들이 몰리면서 항공·여행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유럽 관광지 가운데 신혼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항공사들이 특가 이벤트를 열기도 전에 매진됐습니다. 에어프랑스가 기획한 항공권 특가 행사는 페이지 오픈 직후 곧바로 마감했습니다. 안 그래도 수요가 많은 항공권인데 행사까지 하니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입니다.

하와이 여행객들도 늘어나면서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운영하는 하와이안항공은 증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하와이 항공편의 운항을 25개월만에 재개했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과 비교하면 예약이 500% 정도 증가했다”며 “특히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신혼부부들이 하와이나 괌 등 휴양지 여행 패키지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현지에서 가족, 커플 등을 대상으로 스냅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작가들은 벌써부터 여름휴가철 예약을 접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항공·여행업만 웃고 있는게 아닙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예식장들도 예비부부들이 결혼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내놓은 ‘100대 생활업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전국 예식장 사업체는 783개였습니다. 코로나 시작 전인 2019년의 889개와 비교하면 12%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혼인 건수도 2021년 19만3000건을 기록해 사상 처음 20만건을 밑돌았습니다. 2019년의 23만9000건과 비교하면 4만6000건이나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제껏 힘든 시기를 보냈던거죠.

고통의 시간을 버텨낸 예식장들은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예식장 업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로 적체된 예비부부들이 결혼시장으로 나오다 보니, 인기 예식장은 벌써부터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B씨(28)는 예식장 예약 문제로 예정했던 결혼식 날짜까지 바꿨습니다. 정말 원하는 인기 예식장은 2022년 말까지 벌써부터 대부분의 시간대에 예약이 꽉 차 있었다고 합니다. 다섯 곳의 예식장을 돌아본 B씨는 결국 그나마 마음에 드는 곳을 예약했습니다. 이 마저도 비인기 시간대인 저녁 시간대 예식 밖에 남아 있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저녁 예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한 번 결혼식을 올리는 데 수천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호텔 예식장들 가운데선 벌써부터 내년 예약을 받는 곳들이 있습니다. 인기 결혼식장 브랜드인 아펠가모에 따르면 2022년 예식장 예약 건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150%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상담과 계약을 위해 예식장을 방문하는 고객수 또한 181%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 예식장 운영업체 관계자는 “결혼식장 인원 제한이 완전히 풀리면서 예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며 “예식장 예약을 위해서 상담을 받는 것도 어떤 곳은 몇 주씩 대기를 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예비부부들이 많이 찾는 결혼반지 브랜드들도 밀려드는 주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C씨는 얼마 전 고가의 주얼리 브랜드에서 결혼반지를 맞췄습니다. C씨는 손가락 사이즈를 재고 며칠 정도 기다리면 제품을 받을 수 있을거라 예상했지만 업체의 이야기는 뜻밖이었습니다. 워낙 주문이 많아 결혼반지를 제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해 두 달 후에나 제품을 내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C씨는 “결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며 “결혼 날짜에 닥쳐서 반지를 보러 갔다면 어땠을 지 아찔하다”고 말했습니다.

C씨처럼 결혼반지를 바로 볼 수 있던 사람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입니다. 요즘 주말에는 예물로 유명한 곳들은 입장부터 대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예비부부들은 여러 곳에 입장대기를 걸어놓고 쇼핑을 즐긴 뒤 반지를 보러 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혼수를 준비하는 고객들 덕분에 유통가도 화색입니다. 롯데백화점은 2022년 1~3월 웨딩멤버스 회원 매출이 코로나 유행기간인 2020년과 2021년 등 2개년 대비 50% 넘게 뛰었다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2000만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은 2021년에 비해 10% 늘어났습니다. 평균 구매액도 비슷한 수준으로 뛰었다고 합니다. 예비부부들이 혼수 가전을 준비를 위해 많이 찾는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도 지난달부터 혼수 가전을 준비하려는 예비부부들의 문의가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가 사그라들고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가 이어지면서 결혼식, 예비부부들과 관련있는 업종이라면 너나할 것 없이 전부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2년 1개월이라는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견뎌낸 업체들과 이제서야 한시름 놓고 결혼식을 준비할 예비 신혼부부들 모두가 행복한 봄입니다.

글 jobsN 고유선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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