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개 한국인, ‘만 나이’ 통일되면 취업 유리할까?

한국 사람은 세 가지의 나이를 갖고 있습니다.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와 ‘만 나이’, ‘연 나이’ 등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나이 셈법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이 많았는데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만 나이’로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럼 이제 이런 나이에 따른 혼란도 해소될 수 있을까요?

일단 최대 두 살까지도 어려질 수 있는 만큼 취업시장에서 반기는 기색인데요. ‘만 나이’로 통일되면 취업 판도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 지 알아봤습니다.

취준생 5명 중 4명 “만 나이, 취업에 유리”

2022년 4월 11일 대통령직인수위는 “당선인 공약에 따라 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법과 행정기본법에 만 나이 계산법과 표기 규정을 마련하고, 민사 및 행정 분야에 만 나이 사용 원칙을 확립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르면 2023년 초까지 관련 법 정비를 마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각기 다른 나이 계산법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없애고, 국민 생활의 혼란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런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취업준비생들은 내심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취업 시장에서 나이도 ‘스펙’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불과 5년전만 해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나이 제한은 보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2016년 취업 포털 사람인이 511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1.2%)이 다른 조건이 우수해도 나이를 이유로 탈락시킨 사례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기존 직원들이 불편해한다’거나 ‘나이만큼 연봉 등 눈높이도 높아서’, ‘조직 위계질서가 흔들릴 것 같아서’란 이유를 들었습니다. 기업이 이를 명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내부적으로는 채용에 제한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죠.

취업 현장에선 나이에 대한 인식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과 취업준비생 9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4.7%는 지원자 나이에 따라 입사 당락이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신입사원 적정 나이(한국식 나이기준)는 남자 평균 28.3세, 여자 평균 26.5세였습니다. 신입사원 입사 마지노선에 대해서는 남자 평균 31.8세, 여자 평균 30.0세라고 답했는데요. 대학 졸업 후 신입사원으로 지원할 수 있는 나이 기간이 남녀 모두 3.5세인 것이죠.

또 현재 취준생들과 대학생에게 취업이 늦어질까봐 압박을 느끼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약 84%가 ‘압박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만 나이 기준 계산법이 통용되면 본인의 취업에 도움될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5명 중 4명(80.4%)이 취업 적정 나이에 대한 부담을 더는 동시에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럼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이들은 만 나이 기준이 통용될 경우 회사의 정년도 연장되는지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정년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될 예정입니다. 고령자 고용법 제19조에는 근로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취업규칙에 따라 정년을 만 60세로 정한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사기업의 경우 정년은 각 회사의 취업규칙에 따라 정해지는데요. 개별 계약에 따라 정년이 된 나이 생일에 퇴사해야 할 수도 있고, 연말인 12월 31일까지 근무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으로 민법이 개정되면 근로계약 등 사적 계약서도 만 나이를 기준으로 작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년뿐 아니라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나이도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복잡한 나이 계산법,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져

현재 우리나라는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계산법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데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나이가 바뀔 수 있습니다.

먼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세는 나이’로 계산할 경우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됩니다. 다음해 1월 1일이 되면 한 살씩 늘어납니다.

만 나이는 민법과 법률에서 적용됩니다. 태어난 순간을 0살로 보고, 다음해 생일이 되면 한 살이 올라가는 식입니다.

연 나이는 태어난 순간을 0살로 보고,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늘어납니다. 청소년 보호법이나 병역법 등 일부 법률에서 연 나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계산법이 다르다 보니 혼란이 빚어진 사례도 많습니다. 주로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체결 및 해석할 때 혼선과 분쟁이 발생했는데요. 일례로 코로나 국면에서 정부가 “30세 미만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권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자 접종 현장에서는 연 나이인지 만 나이인지 논란이 됐습니다.

법정 분쟁까지 번진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 남양유업과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서에 ‘근무 정년은 만 60세로 하며 56세부터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에 협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만 56세’로, 회사는 ‘만 55세’로 나이를 해석하면서 6년간 법적 다툼을 벌였습니다.

원심은 법령상 연령은 별도로 ‘만’을 표기하지 않더라도 ‘만 나이’를 의미한다며 ‘만 56세’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뒤집고 단체협약 체결 동기와 노조위원장 공고문 등을 고려해 ‘만 55세’라고 해석해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으로 나이 계산법이 ‘만 나이’로 통일되면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할 때 이같은 혼선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빠른년생, ‘족보 브레이커’ 굴레 벗나

한편 ‘만 나이’ 기준 통용을 가장 반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빠른년생’인데요. 빠른년생은 나이를 밝힐 때마다 ‘족보 브레이커’라고 불리던 억울함을 이제 풀 수 있게 됐습니다. 빠른년생은 1~2월에 태어나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급생보다 한 살이 어린데, 문제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기곤 합니다.

빠른년생은 그동안 나이를 묻는 질문에 단순히 숫자로만 답하지 못하고 “XX년생인데, 빠른이다”라고 부연설명을 해왔습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빠른년생은 2002년생 이후부터 조기입학제 폐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지만, 만 나이가 통용되면 1~2월 생을 빠른년생으로 분류하는 인식도 흐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만 나이’ 셈법 통일 후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위계서열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오랜 시간 사용해 온 세는 나이를 고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인식상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만 나이로 통일되면 스무살은 생일 지나야 술 담배 살 수 있는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글 jobsN 박혜원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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