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특급호텔 셰프가 여전히 직접 짜장 볶는 이유

여러분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외할머니 손맛이 듬뿍 담긴 칼칼한 수제비, 비 오는 날이면 ‘치~익’하는 기름 소리와 함께 만들어지는 부침개, 얼큰한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음식’ 하나가 주는 행복과 여운은 특별합니다.

짜장면도 빼놓을 수 없죠. 먹는 것이 부족한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기념해야 할 일이 있을 때면 우리는 중식당을 찾곤 했습니다. 아니, 지금도 찾습니다. 달달하면서 짭쪼롬한 춘장 베이스의 양념과 통통한 면발의 조화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 듯’ 한 그릇 뚝딱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전국에는 내로라하는 중식 맛집, 나아가 대가들이 많습니다. 아예 대놓고 4대 문파 등의 말이 생기기도 했고, 이에 버금가는 아니 뛰어넘는 숨은 고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예 중식 맛집만을 탐방하는 팀을 꾸려 전국을 유랑하는 이들까지 생겨날 정도이죠.

안타깝게도 코로나19 장기화는 이런 즐거움마저 뺐어갔는데요. 하지만 대안이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꽤 그럴싸한 방법으로 말이죠. 현장에 가지 않고도 거의 원래의 맛에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가 주인공입니다. 물론 밀키트의 등장은 오래 전 일이죠. 다만 최근 들어 더욱 본격화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은 2020년 대비 약 25% 성장해 5조 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겁습니다. 심지어 특급호텔들도 속속 참전해 눈길을 끕니다. 신라호텔 ‘신라 다이닝 앳 홈’의 스테이크, 롯데호텔 ‘롯데호텔 1979’의 양갈비 등이 그 것이죠. 여기에 파라다이스호텔&리조트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호텔 내 주요 레스토랑의 총 8가지 요리를 간편식 형태로 첫 선을 보였는데요. 현대백화점 온라인 식품 쇼핑몰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여행플러스는 그중 오랜 시간 전 국민의 소울푸드 중 하나로 여겨지는 짜장면을 라인업으로 한 중식에 주목했습니다. 파라다이스는 호텔 부산 중식당 남풍의 시그니쳐 메뉴인 팔진해물탕면, 사천짜장면, 육즙과일탕수육 등 총 3가지 HMR 제품을 내놨는데요. 남풍은 중화권 미슐랭 가이드로 불리는 ‘씨트립 미식림(Ctrip 美食林)’에 선정될 만큼 퀄리티 높은 중식 요리를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남풍에는 30년 경력의 중식 대가 전석수 셰프가 주방을 이끌고 있죠. 이번 밀키트도 전 셰프 진두지휘 아래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광동식 요리를 토대로 본토의 식재료와 우리나라 제철 식재료를 조화시켜 ‘건강한 중식’을 만들어냈습니다. 상대적으로 집에서 조리가 어려운 특급호텔 중식을 집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돼 관심이 더욱 높은데요. 전석수 셰프와 중식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30년 중화요리 한 길을 쭉 걸어온 이유와 소회가 궁금하다.

처음 요리를 시작할 당시에는 화교 셰프가 많아서 한국 사람이 중국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이방인 느낌이 강했다. 특히나 한국 사람이 자리 잡기 힘들었다. 국자로 맞아가면서 요리를 배우던 시대이니 말 다했다. 돌이켜보면 30년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희로애락을 겪었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묵직하고 성실하게 지내다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 국자로 맞아가면서 배웠다고 했는데 요새도 그런 문화가 남아있나.

요새는 그렇게 하면 큰일난다.(웃음) 특히나 그 때의 설움을 후배들과 돌려주지 말자고 나 자신과 약속했고,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다. 그렇게 했기에 지금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전석수 셰프가 만든 요리의 강점은 무엇일까.

모든 요리가 자신 있지만 어느 한 요리를 특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나의 강점이다. 보통 ‘호텔 주방장이 짜장, 짬뽕까지 볶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가장 기본기에 충실한 요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요리를 하든 기본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추상적이고 단순할 순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요리를 하고 있다.

– 초심이라고 말했던 짜장면이나 짬뽕도 세대가 흐르면서 맛의 변화와 요리법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여전히 초심을 기반으로 예전의 방식을 고수중인가.

변할 건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통이라는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요즘은 불향이 트렌드인 만큼 이에 따라 조리법도 변화하고 있다. 사람마다 만드는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정통, 예전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요리에는 정답이 없다.

– 최근 팔진해물탕면 등 3가지 밀키트를 출시했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처음에 HMR 제품 개발을 제안받았을 때 대중적이면서도 시중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맛을 가진, 특색있는 요리를 만들어보자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탕수육은 누구나 좋아하는 요리이고, 중식당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만큼 차별성을 살리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이번에 출시한 육즙과일탕수육의 경우 육즙을 가장 살릴 수 있는 사이즈를 연구해 큼지막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집에서도 남풍만의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간편식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1인분을 만드는 요리와 간편식을 위한 대량조리가 너무나 달라 힘들었다. 또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너무 높은 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했다. 여러 선택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결과 가격대비 퀄리티를 높게 완성할 수 있었다.

– 밀키트를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팁이 있을까. 설명대로 만들면 그게 맛있겠지만 간편식을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알고 싶다.

토핑을 좀 더 올려서 먹으면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소스에 채소를 조금 더 넣으면 향이 나와서 풍미가 느껴질 것이다. 사천짜장면이나 팔진해물탕면에는 선호하는 해산물 볶아서 넣으면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을 듯하다. 제철채소도 물론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채소가 가장 좋다. 살짝 데쳐서 물기 뺀 후 토핑으로 올리면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97년부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만 있었다. 다른 곳에서 제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이유가 있나.

파라다이스 구성원을 진심으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다른 곳으로 간다는 건 스스로도 배신이라고 느꼈다. 나를 늘 믿어주는 팀원들과 팀워크도 너무 좋아 파라다이스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즐겁다.

– 2014년에 중국 4대 지방으로 요리 연수를 다녀왔다고 들었다. 실제 본고장에 가 보니 많이 다르던가. 또 돌아와 달라진 점이 있나.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았지만 특히 젓가락을 사용할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젓가락으로 반찬만 집어먹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로 말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밥도 먹고, 국도 먹고, 심지어 장단까지 맞추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요리에서도 늘 알고 있던 내용을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영감을 얻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소스 개발이다. 단순히 채소를 볶고 전분 푸는 요리를 위한 소스가 아니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소스를 연구해 현재 50개가 넘는다.

– 요즘도 계속 연구 중인가.

물론이다. 현재 추구하는 것은 내가 없더라도 소스가 일정한 맛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흔히 맛있는 중국요리는 ‘맛있다’는 말보다 ‘향이 어떻다’는 평을 많이 한다. 결국 소스의 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향을 찾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 30년간 여러 고객을 만났을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평가가 있다면 무엇인가.

10여년 전 서울에서 한 중년의 고객이 남풍을 찾았다. 호텔 투숙 후 식사로 짬뽕을 드셨다. 그 이후로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면서 종종 찾아와 드시고 갈 정도로 좋아해 줬다. 몇 년 전 이민을 가게 됐다며 남풍 요리가 인생의 요리였다고 덕담을 건네 많이 아쉽고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다시 그 고객이 온다면 그 때 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대접하고 싶다. 맛있는 요리를 하다 보면 맛있다는 말이 따라 오기 마련 아닐까. 요리사에게 가장 행복이자 기쁨은 “맛있다”라는 말이다.

– 중화요리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흔히 화력으로 하는 요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말보다 중국요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다. 어렸을 때 배운 요리와 지금의 요리가 다르고, 고객의 니즈에 따라 중국요리도 변화하고 있다. 요새는 고객들이 해외에서 많은 요리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굳이 중국요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ing’,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앞으로 어떤 요리를 만들고 싶나.

어떤 요리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요리를 개발할 것이기에 무궁무진하다.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요리를 하는 것이 꿈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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